|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180억 기부금에 140억 세금을 매기다니

조세는 법에 따라 매긴다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이다. 그리고 세금을 매기는 법과 행정은 합리성과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징세사실이 2002년 발생하였다. 180억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세무서로부터 140억 원을 세금으로 내 놓으라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발생한 것이다. 조세에 관한 상식을 지닌 삶은 물론 조세에 관한 법을 잘 모르는 국민들조차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생긴 것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특히 상속세와 증여세는 누진세를 부과하는 것이 기본원리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원리에 비추어보아도 거액의 공익단체에 대한 기부금에 과도한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납득이 잘 가지 않는 것이다.

황필상 이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주식, 당시평가액 180억과 현금 15억원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 대학 측에서는 직접 기부금으로 받는 것에 난색을 표하여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여기에 거액을 장학금을 내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동안 이나 지난 2008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100억 원의 증여세에 5년간 미납에 대한 가산세 40억 원을 붙여 140억 원의 세금을 내어라 하고 수원세무서로부터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자신의 모교발전과 학생들의 면학을 지원하고자 선의로 기부금을 내어 놓은 황이사장은 한 밤중에 홍두깨 맞은 듯 어이가 없었고, 대학 측에서도 난감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이 장학재단으로부터 6년에 걸쳐 733명의 학생들이 총 40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한 바 있어서 이런 사실을 들은 학생들조차 이 사실을 듣고 한국의 이해하기 힘든 조세행정을 두고 설왕설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수원세무서의 증여세부과는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어떤 기업의 주식이 그 회사 전체발행주식의 5%를 넘으면 그 초과 부분주식의 주식가액에 대해 증여세를 내도록 한 규정’ 때문에 발생된 것이다. 자산가들의 편법상속을 막기 위한 이런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기부금을 내어놓은 이후 장학재단의 운영에 전혀 관여조차 하지 않은 황이사장으로서는 그야말로 억울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황이사장은 세금부과 1년 여 만에 부당한 징세에 대하여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7년 4개월 동안 법정투쟁을 벌이게 되었고, 대법원은 결국 수원세무서의 징세가 잘못되었다는 판결을 내리게 되었다. 당사자는 물론 직접 관계가 없는 국민들로서도 대법원의 판결은 합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직 자산가들의 공익을 위한 기부가 서구 선진국처럼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공익을 위한 기부촉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사건당사자들이 받은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 황 이사장은 이로 인해 건강까지 잃게 되었다고 하니 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그 동안 우리나라의 조세에는 불법 부당한 것이 많아 국민들로부터 심판청구나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조세편의주의에 물든 조세당국이나 입법담당자들은 징세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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