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지자체 총동원에도 저수율 급락…물관리 제도의 허점 드러나
강릉시는 지난달 30일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6일째인 4일에도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3%대까지 떨어지며 단수 우려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소방·군·해경은 물론 민간 기업과 시민단체까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근본적 물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최악의 가뭄, 저수율 10% 붕괴 초읽기
강릉의 최근 6개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41.8% 수준에 불과하다. 생활용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4일 오후 기준 13.4%까지 떨어졌으며, 하루평균 0.3~0.4%포인트씩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을 전후해 저수율이 10%대로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전국 소방차를 집결시켰다. 국방부는 군인 800여명과 물탱크 차량 400대를 투입했고, 해경의 독도경비함도 급수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김홍규 강릉시장은 “단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면서도 “하루 8만5천t이 넘는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 국회·정치권과 시민사회, 근본 대책 촉구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물관리 체계의 근본 문제로 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 토론회에서 “특별한 문제에는 특별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긴급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그는 “강릉의 물 부족은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대책 부족이 반복된 결과”라며 제도적 보완을 강조했다.
환경부 장관 출신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분배 과정의 갈등이 문제”라며 “지자체 간 협력과 수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민단체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강릉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며 “경포호 인공분수 사업 예산을 가뭄 극복과 생태계 보전에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기적 급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며, 예산과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 거버넌스 재정비, 기후위기 시대의 과제
속초시는 지하댐과 암반관정을 확충해 이번 가뭄 피해를 피했고, 태백시는 광동댐 점검과 절수 지침을 마련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가뭄 상황에는 선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민들의 물 절약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 식수원인 영남권의 안동·임하댐은 ‘주의’ 단계에서 조기 비축과 용수 감량으로 안정성을 확보한 사례다.
이처럼 사전 대비가 철저했던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피해 격차는 뚜렷하다. 이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제도와 정책 설계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시킨다. 전문가들은 강릉 사태를 재난 거버넌스의 시험대로 평가한다. 단기적으로는 급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지자체·시민사회가 통합적으로 물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은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 위험이다. 저수지·댐 관리, 지하수 개발, 수요 절감 정책, 재정 투입까지 망라하는 국가 차원의 물관리 개편이 요구된다. 강릉 가뭄은 한국의 재난 대응 체계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 요약:
강릉 가뭄은 정부·군·민간의 총력 대응에도 불구하고 저수율 급락을 막지 못하며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특별 예산 편성과 정책 전환을 촉구했고, 다른 지역의 대비 사례는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기후위기 시대 물관리 거버넌스를 재정비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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