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피해 확인에도 제도적 한계와 사각지대 지적
지난 2년여간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특별단속과 법 개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피해 인정 비율은 64%에 그치며 여전히 제도적 한계와 사각지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보호 체계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점점 증폭되고 있다.
◆ 피해 규모 확산에 불안 고조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피해자로 인정된 인원은 3만3천978명이다. 전체 신청자의 64.1%만 인정된 것으로, 약 5명 중 2명은 여전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만 843명이 새롭게 피해자로 인정될 정도로 피해가 꾸준히 늘고 있다.
피해자 다수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 사회적 약자 계층으로, 주거 안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의 36%가 주거 불안을 호소했는데, 이번 사태가 이러한 불안을 현실로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에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해 지역적 불균형 문제까지 더해지고 있다.
임대차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전세 계약을 기피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전세사기 피해자를 넘어 한국 주거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단속 강화에도 피해자 구제는 더딘 걸음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단속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와 검찰, 경찰이 협력해 지난 1년간 2천913명의 전세사기 범죄자를 검거했고, 이 중 108명은 구속됐다. 무자본 갭투자나 전세자금 대출사기를 이용한 조직에는 범죄단체 조직죄까지 적용됐다. 몰수·추징 절차를 통해 피해 회복을 일부 지원하는 조치도 병행됐다.
하지만 피해자 구제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거나 최우선변제금으로 일정액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제도적 사각지대가 크다. 한국은행 2024년 8월 금융안정보고서도 서민층 주거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해, 제도 보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원의 형량 선고 역시 피해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중형 선고 사례가 있었지만, 실제 피해 회복과는 별개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범죄자 처벌보다 피해자 보호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 임대주택 지원, 속도와 범위에 한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2천500여 채가 매입됐으며, 피해자에게 최장 10년간 임대 거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매 차익을 활용해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고, 퇴거 시 보증금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매입 과정이 길고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소요돼 당장 불안정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사전 협의 건수가 1만7천여 건에 달하지만, 매입 가능 판정을 받은 건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생활 안정 지원이나 법률 상담이 병행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단순 주거 제공만으로는 근본적 회복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취약계층은 입주 대기 기간 동안 이중 주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피해가 장기화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제도를 신청해도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LH의 매입 여력에도 한계가 있어 대규모 피해자를 동시에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 개선이 아니라 주거 복지 전반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 제도 개선과 장기 과제
정부는 인공지능(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 전세사기 적발을 강화하고, 기획부동산 사기와 연계된 거래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를 중심에 둔 제도 개편 없이는 현장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OECD 2024년 주거보고서가 강조한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강화’ 권고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과 영국은 보증금 보호 제도를 법제화해 임대인의 파산이나 사기에도 세입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역시 전세라는 특수 제도의 구조적 위험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MF 2024년 금융안정 평가 보고서도 신흥국 주택시장에서 임대차 시장 불투명성이 금융 리스크로 연결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전세금 규모가 GDP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시장 안정성 확보가 곧 거시경제 안정과 직결된다. 장기적으로는 전세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요약:
전세사기 피해자가 3만3천 명을 넘어서며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범정부 단속과 LH 매입 지원에도 피해자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크다. 국제 권고와 해외 사례를 참고한 임대차 시장 투명성 강화와 피해자 보호 중심의 제도 개선이 향후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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