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중장년층 증가, 명절에도 복지망의 사각지대 남아
추석 연휴에도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고독사’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와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7~2023년) 고독사자의 75%가 40~60대 중장년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정책은 여전히 청년층 중심으로 설계돼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중장년층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 왜 중장년층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나
6일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2017~2023년 사이 고독사 2만1천897건 중 40~60대 비율이 74.8%에 달했다. 특히 50대(31.1%)와 60대(27.9%)가 가장 많았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해야 할 연령대에서 실직·이혼·건강 악화 등 복합적 위기를 겪으며 관계망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가족 단절, 경제난, 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독사 위험이 평소보다 높아진다. ‘돌봄과미래’ 재단이 2024년 6월 발표한 중장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7%가 “스스로 고독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또 84%는 “국가나 사회의 돌봄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통계청 2023년 사회조사에서도 45~64세 중 ‘사회적 관계망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3.4%로, 20대(11.7%)의 두 배를 넘었다. OECD 2023년 사회복지 보고서 또한 한국 중년층의 사회적 관계지수(SSI)가 회원국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통계는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개인 문제를 넘어 구조적 위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부의 대응은 왜 실효성이 낮은가
보건복지부는 2023년부터 ‘사회적 고립·은둔 실태조사’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조사대상 대부분이 청년층에 한정돼 있다. 복지부는 올해 1월 “중장년층 고립·은둔 실태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이는 가장 큰 위험군임에도 체계적 데이터 기반이 부재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예산은 2020년 124억 원에서 2024년 280억 원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고독사 발생은 24% 증가했다. 백종헌 국회의원(국민의힘·보건복지위)은 “연락 건수 중심의 성과지표가 정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사례관리 중심의 구조 전환을 주문했다.
국회예산정책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복지 담당 공무원 1인당 관리 가구는 평균 310가구로, OECD 평균(95가구)의 세 배를 넘는다. 또한 개인정보 규제로 지자체 간 정보공유가 제한돼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위기 징후를 제때 포착하지 못하고, 사후 조치로만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 데이터 기반 대응,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보건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AI 돌봄혁신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협력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독사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위험 지역과 연령층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립부경대학교 노법래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AI 복지·돌봄 혁신포럼에서 “로컬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4㎢ 단위로 위험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행정정보, 위성사진,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고독사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을 조기 탐지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는 “AI는 복지정책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일 뿐, 인간 중심 돌봄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행정연구원 홍승헌 연구위원도 “기술이 행정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복지의 본질은 사람 간의 연결과 관계 유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본은 2023년 ‘고립·고독 대응국’을 신설해 16세 이상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정기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지방정부의 복지 정책 수립에 직접 반영되며, 지역 봉사조직과 의료기관이 협력해 고립 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한다.
영국은 2018년부터 국가 차원의 ‘고립 방지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보건사회부와 통신사, 금융기관이 협력해 ‘생활데이터 연계 시스템’을 운영하며, 혼자 사는 중장년·노년층을 대상으로 자동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보건사회부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시행 이후 고독사율은 5년 만에 18% 감소했다.
OECD 2024년 ‘디지털 사회보장 보고서’는 한국의 기관 간 데이터 공유율을 35%로 평가하며, 회원국 평균(62%) 대비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영국처럼 부처 간 데이터를 통합하고,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예방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실효성을 높이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정책의 패러다임을 ‘발견 중심’에서 ‘지속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현장에서 일회성 점검보다는 장기적 관계 유지와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 방문·확인 중심의 지표에서 벗어나, 위기군을 일정 기간 이상 관리하는 ‘연결형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책 대상을 청년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장년층은 가족·직장 관계 단절 이후 복귀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맞춤형 심리·취업·사회 복귀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2025년 보고서는 “고립 중장년층을 위한 지역별 사회관계망 회복 사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돌봄망 확충과 인력 전문화가 병행돼야 한다. 복지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 직무를 신설했으며, 내년부터 전국 확대를 예고했다. 이러한 현장형 인력을 중장년층까지 확장하면 세대 간 돌봄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지역 단위의 지속 가능한 예방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요약:
최근 7년간 고독사자의 75%가 40~60대 중장년층으로 집계됐지만, 정부 대응은 여전히 청년층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인력 부족과 부처 간 정보 단절로 현장 대응이 늦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데이터 기반 위험 예측과 지역 커뮤니티 중심 돌봄망 구축을 병행해야 고독사 예방이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으로 정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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