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산재보험 전면 확대 추진…자영업자 부담 논란

김영 기자

‘전국민 산재보험’ 추진 속 재정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쟁점

정부가 자영업자까지 산업재해보험(산재보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와 관계부처가 ‘전국민 산재보험제’ 구체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재정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이 정책 핵심으로 부상했다. 제도 확대의 필요성은 공감대가 크지만, 비용 분담과 제도 정합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산재보험 대상자 확대 (PG)
▲ 산재보험 대상자 확대 (PG) [연합뉴스 제공]

◆ 전국민 산재보험 구상, 왜 지금 추진되나

산재보험은 1964년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을 대신하기 위해 도입된 사회보험 제도다. 초기에는 500인 이상 광업·제조업 근로자만 적용 대상이었으나,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돼 현재 대부분의 임금근로자가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여전히 임의가입 대상에 머물러 있다.

이달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업무상 재해 위험이 높은 자영업자를 직종별로 선별해 당연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6월 기준 1인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률은 0.6%로, 임금근로자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노동부는 고위험 업종을 중심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하고, ‘무늬만 프리랜서’로 불리는 3.3% 사업소득세 납부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말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직종별 위험지수와 소득 기준을 재정의하고, 이르면 2027년 전국민 산재보험 제도를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 영세 자영업자 중심의 재정 부담 쟁점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현재 1인 이상 사업장의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100% 부담하지만, 자영업자는 자기부담 구조다. 정부는 영세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소득 이하 계층에 대해 보험료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통계청 상반기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은 1.15%로 전체 평균(0.67%)보다 1.7배 높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보험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소득층·고위험 업종 중심의 차등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 3월 보고서는 산재보험기금의 적립금 비율이 2019년 대비 약 1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해 보험료 지원과 재해 예방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사업자 단체 “의무화보다 단계적 지원을”

소상공인 단체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무화’보다 ‘단계적 지원’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음식·숙박·운송업 등 영세 업종은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높아 보험료 추가 납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가 일정 기간 보험료의 30~50%를 지원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자부담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고위험 업종을 중심으로 시범 적용 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사 전문가 협의체를 연내 구성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보험료율과 지원 수준을 정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기획재정부 등과 공동 협의체를 구성했다. 재정지원 방안이 확정되면, 내년 예산안에 관련 항목을 반영할 예정이다.

◆ 고용보험·국민연금과의 정합성 과제

전국민 산재보험이 시행되면, 고용보험·국민연금 등 기존 사회보험과의 정합성 문제가 불가피하다. 자영업자·플랫폼 종사자 등이 여러 사회보험에 중복 가입하게 되면 보험료 부담이 중첩될 수 있다.

OECD 7월 고용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자영업자 사회보험 가입률이 OECD 평균(73%)의 절반 수준”이라며 “소득 파악 체계와 사회보험 통합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보험 간 통합관리체계 구축과 데이터 연계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보험료 징수와 산재보상 심사 절차를 전면 전자화하는 ‘스마트 산재보험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행정 효율화와 데이터 통합을 통해 가입자 관리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 지속가능한 재정구조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

정부는 제도 시행 이전에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보험 확대는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문제”라며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ILO 9월 보고서도 “자영업자 보호는 포용적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이라며, “보험료 지원과 재해 예방정책이 병행돼야 지속가능한 고용체계로 이어진다”고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 투입 외에도 현장 중심의 예방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력해 자영업자 안전교육을 확대하고, 재해율이 높은 업종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 요약:
정부가 2027년 전국민 산재보험 도입을 목표로 자영업자 의무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고위험 업종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담과 제도 정합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와 단계적 지원을 병행해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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