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서울·경기 전역 규제지역, 실수요 위축 우려

음영태 기자

투기 억제 명분 속 ‘대출·세제 3중 규제’…거래절벽 심화 경고

정부가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수요 차단과 시장 안정이 명분이지만, 이미 거래절벽과 고금리가 겹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주택 안정화 대책 발표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정창,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 규제 전면 부활, 2년 9개월 만의 ‘전면 진화’ 조치

이번 대책으로 서울 25개 구 전체와 경기 12곳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 강남3구·용산 등 기존 규제 지역 외에 과천·분당·수원·용인·하남 등까지 포함돼 수도권 대부분이 ‘3중 규제지역’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과열이 한강벨트와 경기남부로 확산되고 있다”며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내년 12월까지 유효하며, 매수 시 관청 허가와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이로써 2023년 1월 해제된 규제가 2년 9개월 만에 복원됐다. 정부는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선택적 규제 대신 ‘전면 진화’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거래 심리가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며 “이미 2021년 대비 주택거래량이 4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규제는 시장 침체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1,300건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한국은행 2024년 8월 금융안정보고서는 “주택가격 조정 지연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고가주택 대출한도 축소, ‘상급지 갈아타기’ 전면 차단

16일부터 시가 15억~25억원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됐다. 기존 일률 6억원 한도에서 고가주택 중심으로 차등화된 것이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돼,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된다.

금융위원회는 “고가주택의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정밀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고가주택이 먼저 오르는 구조를 차단해 상승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스금리 하한은 1.5%에서 3%로 상향됐고,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시점도 내년 1월로 앞당겨졌다.

한국은행은 2024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의 103%로, OECD 평균(74%)보다 높다”며 “대출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억제는 실수요 이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대출심사 강화와 함께 정책금융을 통한 실수요층 보호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실수요층 ‘이중 족쇄’, 청년·신혼부부 내집 마련 더 멀어져

규제지역 확대는 청년층과 중산층의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킨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달 대비 0.21% 상승했지만, 거래량은 20% 이상 줄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중첩으로 청년·신혼부부의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40대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현금 자산가만 거래 가능한 양극화 시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주택시장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정책금융을 통한 실수요자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연구원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무주택 비율은 76%로, 5년 전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KDI는 2024년 9월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임대 수요가 월세로 전환돼, 임차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수요층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단기 ‘숨 고르기’ 진입…그러나 유동성과 금리 변수 여전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거래 관망세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과 한강벨트 과열세가 일시 진정될 수 있지만, 장기 안정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4천조원을 넘긴 시중 유동성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여전해, 매수세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 중이지만, 내년 상반기 인하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면 대출 여력이 확대돼 이번 조치의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2024년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도 “한국은 고금리에도 부동산 자산 선호가 지속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유동성 요인이 단기 규제의 실효성을 제한한다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나친 규제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거래심리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거시적 완화기조와 정책 조합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공급 신호와 실수요 보호 병행해야 시장 신뢰 유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 안정에는 기여하겠지만, 근본 해법은 공급과 실수요 보호의 균형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신호와 수요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규제지역 확대가 건설사의 분양 일정에 영향을 미쳐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OECD 2024년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실수요자 비중은 67%로, 선진국 평균(73%)보다 낮다. OECD는 “과도한 규제보다 주거금융 지원 확대가 주거 안정에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향후 정부는 무주택자·청년층 대상 저금리 대출, LTV 완화, 규제지역 탄력 운영 등 맞춤형 보완책을 병행해야 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 안정의 지속 여부는 ‘투기 억제’보다 ‘실수요 보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 요약: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은 서울과 경기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세제·청약 규제를 강화한 초강력 조치다. 단기적으로는 투기수요 억제 효과가 기대되지만, 청년·중산층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거래절벽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 보호와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시장 안정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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