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총선 민심 고려한 완화 전환
재정건전성보다 경기 안정에 방점
정부가 공공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리며 재정운용 기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 위축과 공기업의 재무 부담,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둔 민심 안정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3일 발표된 대통령 지시는 불필요한 자산을 제외하고는 매각을 자제하되, 부득이한 경우 총리 재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 매각 중단 지시, 정책 기조 급선회 신호
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국유재산과 공공기관 보유 부동산의 매각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유재산의 무분별한 처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국유재산 효율화’ 방침이 전면 수정된 셈이다.
기재부는 당초 4일로 예정됐던 관련 브리핑을 연기하고, 부처별 자산 현황을 종합 점검한 뒤 재정운용 방향을 재설정할 계획이다. 각 부처의 국유재산 관리 현황을 실사 수준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부동산시장 상황과 맞물려 매각 구조 자체를 손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023년 이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를 중심으로 헐값 매각 논란이 이어진 점도 정책 기조 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공공자산의 낙찰가율이 급락한 사실이 공개되며, 제도적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헐값 매각 논란과 여론 압박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캠코의 자산 매각 과정이 연이어 지적됐다. 국유재산 매각 건수는 2021년 145건, 2022년 114건에서 2023년 349건, 2024년 795건으로 급증했다. 낙찰가율 100% 미만 사례는 2022년 4.4%에서 지난해 58.7%로 뛰며, 공공자산의 ‘헐값 매각’ 논란이 확대됐다.
이 같은 논란은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졌다. 공공기관이 자산을 저가로 처분해 재정 수입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대신, 장기적 자산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국가 자산의 매각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실관계 점검과 제도개선을 지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전임 정부의 매각 기조에 대한 평가이자, 현 정부의 정책적 차별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재정운용 기조를 완화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로도 읽힌다.
◆ 경기 둔화와 재정 완화 기조 다시 맞물려
자산매각 중단은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가채무비율을 51%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재정의 확장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추가 재정지출 확대의 신호로 읽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부담과 경기 회복 지연이 병존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OECD 경제전망 보고서 역시 한국의 실질성장률을 2.2%로 제시하며, 재정정책의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단은 정부가 재정건전성보다 경기 대응에 무게를 둘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지출 구조 조정보다 경기 방어가 우선된 조치로, 단기적 재정확대의 전조로 보고 있다. 결국 정부는 재정 건전성 관리와 경기 대응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완화 전환의 속도와 범위에 따라 내년 경제심리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공공기관과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이번 지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지방 공기업들은 그간 매각대금을 활용해 신규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중단 방침 이후 자금 운용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캠코와 LH 등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매각 중단은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필요한 자산 재배치는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유재산 종합관리시스템(GRAMS)을 통한 실태 점검과 자산 효율화 대안 마련이 병행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투자 여력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별도 관리지침 마련도 검토 중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공공자산의 단기 매각을 억제하는 동시에, 지역별 자산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지방 재정압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장 적용 과정에서의 속도 조절이 정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재정전환의 의미와 남은 과제
이번 조치는 재정운용의 중심축이 ‘건전성’에서 ‘활용과 안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MF 10월 재정정책 모니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기에 선제적 재정지출 확대가 성장 방어에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단기적인 매각 수입보다 중장기적 자산 가치 보존을 선택한 만큼, 내년 예산 편성에서도 유사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매각 중단이 투자여력 축소와 지방 재정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산 운용의 투명성과 성과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별 자산 운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산 집행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궁극적으로는 재정건전성과 경기대응의 균형을 세밀히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다음 과제로 꼽힌다.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을 위해 장기적 전략과 단기적 정책 유연성이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 요약:
정부의 자산매각 중단 지시는 헐값 매각 논란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재정운용 기조를 완화로 돌리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정책의 초점은 단기 수입보다 경기 안정과 자산 효율화를 중시하는 데 있으며, 향후 예산조정 과정에서 재정건전성과 경기 대응의 균형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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