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G 인사이트] 중대재해 사망자 64% 하청…공급망 안전관리 전면 재정비 요구

김영 기자

외주화 구조의 취약성, 국제 기준 대비 뒤처진 안전체계 확인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중대산업재해 자료에서 사망자의 64%가 하청노동자로 확인되며 국내 산업 구조의 안전 취약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번 자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원·하청 실명 기반 데이터를 포함해 공개된 것으로, 산업 외주화가 사고 위험을 어떻게 집중시키는지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최근 공개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와 국제기구 자료를 함께 고려할 때, 한국의 공급망 안전 관리 체계 전체가 재검토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PG)
▲ 중대재해처벌법 (PG) [연합뉴스 제공]

◆ 하청 재해 집중이 고착된 구조

18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943명의 사망자 중 602명이 하청노동자로 분류됐다. 이러한 구조는 산업현장에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일수록 외부 협력업체로 배분되는 관행이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결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4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서도 사망 사고의 상당수가 건설·제조의 고위험 공정에서 발생했으며, 이 공정 중 상당 부분이 하청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이 2023년 발표한 ‘위험의 외주화 실태조사’에서도 원청 대비 하청의 안전관리 인력, 보호구 지급률, 안전교육 이수율이 대체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비용 격차가 아니라 현장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 배분의 문제까지 얽혀 있어 개선이 쉽지 않은 구조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단계 하도급 체계 역시 위험 집중을 심화시키는 요소다. 공정이 여러 계약 단계로 나뉘면 안전 책임이 단계별로 분산되며, 실제 현장에서 누구에게 최종 책임이 귀속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안전관리 기준이 단계별로 달라져 관리 공백이 발생하기 쉽고, 위험 공정은 가장 비용이 낮은 하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반복된다.

특히 ‘상위 10% 사고 다발 기업 73곳에서 226건 발생’이라는 결과는 특정 사업장과 공정에 위험이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단일 사업장이 아닌 공급망 전체에서 안전관리 역량이 불균형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 국제 기준과 비교될 때 드러나는 취약성

한국의 산업재해 수준은 국제 기준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OECD의 2023년 산업재해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산업 구조가 건설·제조 중심이라는 특성도 영향을 미치지만, 공급망 기반 안전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ILO(국제노동기구)도 2022·2023년 안전보건총람에서 위험 공정의 외주화가 사고율 증가로 이어진다고 경고하며, 각 국가가 공급망 전체에 적용되는 통합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의 현재 구조는 이러한 국제 기준과 비교할 때 여전히 원·하청 간 관리 분리도가 높고, 위험 이전(risk transfer)이 쉬운 구조로 분류된다.

EU OSHA(유럽직업안전보건청)는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 안전 가이드라인’을 2022년 발표하며 원청의 관리 책임과 하청의 이행 역량을 균형 있게 요구하는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원청 중심의 관리 책임 규정은 강화되는 추세지만, 하청의 안전 투자 역량을 지원하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제도적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처럼 국제 기준 대비 미흡한 지점들은 국내 사고 집중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공급망 전체를 관리 범위로 설정하는 선진 모델과의 격차를 좁히는 일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정부 규제 강화 흐름과 기업 부담의 현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고위험 공정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반복사고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하청 실명 자료 공개가 이뤄진 만큼 향후 정책 강화의 근거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도 사고가 반복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공공부문의 안전 책임도 민간 수준으로 확대 적용되는 흐름이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 인력 확충, 보호장비 업그레이드, 공정별 위험성 평가 강화 등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KOSHA의 조사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구조적으로 안전 투자 역량이 원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원청의 안전 기준 강화가 하청에게는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ESG 평가와 금융조달 시장에서는 안전관리 수준이 이미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아 단기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안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압력에 놓여 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도 반복적 산업재해를 ‘공급망 리스크 관리 실패’로 반영하는 추세여서, 안전관리 역량은 더 이상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기업의 지속경영 전략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뿐 아니라 금융조달 비용 증가, 평판 리스크 확대 등 다층적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공급망 중심 안전 거버넌스가 해답

하청 노동자에게 사고가 집중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원청 단일 사업장 중심의 관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해 원청의 관리 책임을 확대하고, 하청의 안전 역량을 지원하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우선 위험 공정에 대한 사전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해 작업 위험도를 표준화하면, 산업별·업체별 안전관리 편차를 줄일 수 있다. 현재는 동일 공종이라도 사업장마다 위험성 평가 수준이 크게 달라 관리 수준의 균일성이 떨어진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단계 축소나 중간 단계에서의 책임 명확화도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반복사고가 빈번한 공정에 대해선 외주 제한이나 직접고용 전환을 검토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재해자료 실명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도 노동자의 알권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의 안전 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공급망 전체의 안전 인증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사고 예방 효과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전관리 체계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려면 공급망 전반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 ‘포괄적 안전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요약:
 중대산업재해 자료에서 하청노동자 사망 비중이 64%에 달하며 산업 외주화 구조의 취약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정부 통계와 국제기구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의 공급망 안전관리 체계는 OECD·ILO 기준 대비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남은 과제는 원청 책임 강화, 위험 외주화 축소, 공급망 기반 안전 거버넌스 구축으로, 정부와 기업 모두의 구조적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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