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국민연금 월 최고 318만원…격차 확대에 지속가능성 논란 다시 부상

김동렬 기자

평균 수령액 68만원 수준 고착
고령화·가입 양극화 맞물려 구조 개편 요구 확산

국민연금 수급액 격차가 다시 크게 부각되면서 제도 지속가능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월 318만원을 받는 고액 수급자가 확인된 반면 평균 수령액은 68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고령화 속도, 노동시장 변화, 가입 기간 양극화가 맞물리면서 연금보험료·급여 구조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국회가 최근 소득 있는 수급자 감액 기준을 완화한 데 이어 추가 조치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제공]

◆ 고액 수급자 증가했지만 평균 수령액은 제자리

28일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지난 7월 기준 공표통계에서는 최고 수급액이 월 318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가입 기간이 길고 연기연금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한 사례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67만9천원으로 크게 낮아, 동일 제도 안에서도 수급액의 편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는 제도 설계상 장기 가입 제도가 유리한 구조가 그대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세대별로 보면 격차는 더욱 명확해진다. 통계청의 2024년 인구동향 조사에서도 장기 근속이 가능한 산업 구조의 축소가 확인되고, 비정규직 비중 증가와 경력 단절 경험이 많은 계층이 확대되면서 가입 기간 확보가 어려운 흐름이 나타났다. 이에 장기 가입자 중심의 높은 수급액과 단기 가입자 중심의 낮은 수급액 간의 빈틈이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연금 구조에 그대로 반영되는 셈이다.

수급 금액 분포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월 20만~40만원 미만 수급자가 217만명으로 가장 많아 기초적 수준의 노후소득에 머물고 있으며, 고액 수급자는 100만원 이상 85만명, 200만원 이상 8만2천여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수급자 증가 속도에 비해 고액 수급자의 증가 폭은 제한적이어서 중·저연금층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확인된다. 특히 10~19년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이 44만원대에 그친다는 점은 단기 가입자의 급여 수준이 충분치 않음을 보여준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평균 연금 수준은 낮은 편이다. OECD가 2024년 발간한 고령화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후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제도적 보완 없이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연금 불평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입 기간 중심의 산정 방식을 유지하는 한 세대·계층별 수급 격차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감액 기준 완화에도 구조적 부담은 여전히 쌓여

국회는 27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소득 있는 수급자 감액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가입자 평균 소득(A값) 초과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5만원에서 25만원까지 감액되었지만, 개정법은 초과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면 감액하지 않도록 기준을 조정했다. 이는 고령층 노동 참여를 제약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반영한 조치이자, 수급자의 소득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수급자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장기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령층의 노동 참여 증가가 연금 기금 지출 증가로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정책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노동시장 내 고령층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감액 기준 완화가 전체 지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적정 수준을 둘러싼 논의도 맞물려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재정추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현 추세대로 유지될 경우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전망은 보험료율 조정 논의가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을 조정하는 핵심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단기 조치만으로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감액 제도는 노동시장 구조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영국, 미국 등은 일정 소득 이상이면 지급액에 영향을 주지만 고령층 노동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조정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낮은 평균 연금 수준과 빠른 고령화가 결합돼 감액 제도 개편의 정책적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만큼 구조적 개편이 뒷받침되어야 제도 효과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재정 건전성 불안, 인구 전망과 국제 비교가 경고 신호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지난 7월 기준 1천304조원을 넘어서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장기 재정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 재정추계위원회가 2024년 내놓은 연례 분석에서도 고령층 비중 증가가 현 제도 유지 시 지출 증가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단기적 수급자 확대보다 장기적 재정 균형이 더 큰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35년 이후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기금의 중장기 운용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주요국들은 보험료율, 지급 연령, 대체율 조정 등 자동 안정화 장치를 통해 수지를 조정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스웨덴은 연금 자동 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급여 수준을 자동 조절하고 있으며, 독일·영국은 지급 연령 상향 조치를 통해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로드맵을 사전에 마련해 급여 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도 유사한 구조적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금 운용 역시 재정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은행의 2024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연금 기금 운용이 장기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비중이 국내 주식의 두 배를 넘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 충격에 따른 운용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기금 운용 전략의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국회·정부 논의 재점화…형평성과 지속가능성 조정 필요

국회는 최근 감액 기준 완화 조치 이후 추가 개편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가입 기간이 짧은 계층을 중심으로 크레딧 확대, 추납 제도 정비, 저소득 가입자 지원 강화 등 사각지대 보완책이 주요 안건이 될 수 있다. 연금 구조 전반이 노동시장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일 조치로는 제도적 균형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정책 시차 문제도 거론된다. 제도 개편은 공포·시행·적용 이후 효과 분석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개편안의 실효성은 일정 기간 검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 형평성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로드맵이 중요한 기준으로 제기된다. 특히 MZ세대와 중장년층의 가입 패턴 차이가 커지고 있어 세대별 맞춤형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개정안 시행 시점에 맞춰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다. 급속한 저출생·고령화 환경 속에서 연금 지급 연령,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구조적 변수들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 간 역할 분담을 조정해 다층적 노후소득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금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가입 기간 변화, 고령층 노동 증가, 인구 구조 변화, 기금 운용 환경 등 복합 요인을 고려한 구조적 접근이 요구된다. 국민연금이 노후소득의 핵심 축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재설계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요약:
 국민연금 수급액 격차가 커지면서 형평성과 지속가능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감액 기준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령화·노동시장 변화·재정 전망 등 구조적 요인이 부담으로 남아 추가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안정성을 균형 있게 조정할 중장기 개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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