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은 진정됐지만 부채 취약성은 지속
은행권 연체율이 9월 말 기준으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8일 발표한 자료에서 분기 말 정리 효과가 반영되며 연체채권 회수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 확인됐다.
다만 가계·기업 부문의 구조적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어 금융당국은 연체·부실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체율 지표의 단기적 개선에도 신용위험이 상존한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 분기 말 정리 효과로 연체율 진정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1%로 집계돼 전달보다 낮아졌다. 연체율은 올해 6월에 잠시 하락한 뒤 8월까지 증가세를 보였지만, 9월 들어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가 강화되면서 지표가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4조8천억 원으로 증가한 점이 지표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연체 발생액 감소도 진정 흐름에 기여했다. 9월 신규 연체액은 2조5천억 원으로 전달 대비 약 4천억 원 줄었다. 다만 분기 말 효과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적 요인인 만큼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제기된다. 지표가 단기 흐름에 따라 등락하는 경우가 잦아, 일정 기간 평균치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은 연체율 관리 과정에서 내부 신용평가 기반의 조기경보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연체 전조지표가 빠르게 변할 수 있어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생적 요인이 강한 분기 말 정리 흐름보다 상환능력 회복 여부가 연체율 추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가계부채 부담은 완화되지 않아
가계대출 연체율은 0.39%로 내려갔으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27%로 낮아졌다. 비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역시 0.75%로 개선됐지만, 가계부채 총량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위험 노출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4년 8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경기 충격이나 금리 변동에 따라 연체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금리 수준이 고원 구간을 유지하고 있어 상환 능력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대출 상환유예 조치 축소와 정책금융 지원 둔화도 위험 요인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금융기관들은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충당금 적립 기조를 확대해 대응하고 있다.
국제 비교에서도 가계부채 취약성은 확인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신용 잔액 비율은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부채 부담이 금융안정의 지속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부담은 연체율이 단기적으로 개선되더라도 근본적인 위험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 금융당국은 감독 기조 강화 유지
금융당국은 연체율 하락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경기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연체·부실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도록 충당금 적립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고위험 대출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 취약 차주 중심의 지원책과 연체 전 단계의 사전 점검도 병행하는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2024년 11월 ‘금융시장동향’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수록 민간 부문의 신용 위험이 누적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면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이러한 환경은 구조적 취약성을 가진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기구 역시 같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IMF는 지난해 10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가계·기업 부문의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서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맞물린다.
◆ 연체율 전망은 여전히 불안정
시장에서는 연체율이 단기적으로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상반된 지표가 혼재돼 있어 중장기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분기 말 효과가 사라진 뒤 연체율이 다시 상승한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도 일부 기간 동안 지표가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향후 관건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여부와 기업대출 연체율의 추세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5%로 낮아졌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아 부실 위험이 상존한다. 한국은행 ‘2024년 8월 금융안정보고서’는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금리, 소득, 물가 등 주요 변수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여부는 추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금리 변동성 완화, 취약차주 소득 회복, 충당금 확충 등 다층적인 요건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요약:
연체율은 분기 말 정리 효과로 개선됐지만 가계·기업 부문의 취약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 지표 개선과는 별개로 신용위험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충당금 확충과 위험대출 점검 등 감독 강화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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