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논란, 왜 다시 불거졌나

김영 기자

질병 정의·재정 통제 기준 시험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재정 부담과 보험 원칙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어, 공적 보험의 보장 범위 설정 기준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탈모 치료 급여화 공약이 거론되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 속에 구체적인 정책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전적 탈모를 질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급여 적용 시 재정 통제 방안 역시 제시되지 못한 점이 논의가 유보된 배경으로 꼽혔다.

이번 논란은 당시 정리되지 못한 쟁점들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재점화됐다는 점에서 ‘재논쟁’의 성격을 띤다.

이재명 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탈모 치료 건보 논의는 어떻게 시작됐나

논란의 출발점은 16일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탈모에 대해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형탈모 등 의학적 원인이 명확한 경우에는 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유전적 탈모는 의학적 치료와의 연관성이 떨어져 급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통령은 “유전병도 유전에 의한 것 아니냐”며 탈모를 질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 정리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 부담이 클 경우 횟수나 총액을 제한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무제한 급여 적용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둔 접근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 보건당국은 재정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보건복지부는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장관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전적 탈모까지 급여화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탈모 치료는 대상 인구가 광범위한 데다 보험 적용 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수요 폭증형 급여’로 분류된다. 이는 치료 효과와 무관하게 이용량이 증가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급여 적용 여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도입 필요성 검토와 재정 규모 추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보건당국은 분명히 하고 있다.

◆ 의료계는 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나

대한의사협회는 탈모 치료 급여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중증 질환 급여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탈모를 우선 급여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제한된 재원을 어디에 먼저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탈모 급여화가 선례가 될 경우, 삶의 질 개선을 이유로 한 다른 비급여 치료 전반에서 급여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 형평성 논란은 무엇인가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논의의 핵심에는 형평성 문제가 놓여 있다. 생명이나 신체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증 질환과 비교해 탈모를 동일한 급여 기준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대통령은 젊은 층의 ‘보험료는 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언급하며 논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는 곧 건강보험의 세대 간 형평성 논쟁으로 이어진다.

급여 적용이 이뤄질 경우에도 유전적 탈모 전체를 포괄할지, 질환성 탈모로 한정할지, 또는 본인부담률·치료 횟수·연간 한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 세부 기준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면 적용 사례가 있는가

해외에서도 탈모 치료를 전면적으로 공적 보험에 포함하는 사례는 드물다. 다수 국가들은 질병 원인이 명확하고 치료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질환성 탈모와 미용 목적 치료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 재정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 공통된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치료 필요성, 의학적 근거, 장기 예후 등을 기준으로 급여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처럼 ‘질병 정의’와 ‘급여 기준’을 명확히 분리하지 않으면 정책 혼선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정책 판단의 기준은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논의는 단순히 급여 여부를 넘어, 공적 보험의 역할과 한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정책 판단의 핵심은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본다면 어디까지를 공적 보장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그리고 재정 통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다.

급여화 여부를 서둘러 결론짓기보다 질병 정의, 급여 기준, 재정 관리 순으로 논의를 정리하지 않을 경우, 탈모 논쟁은 비만·난임·정신건강 치료 등 다른 영역으로 반복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요약: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재점화됐다. 보건당국은 재정 부담을, 의료계는 보험 원칙과 형평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급여화 여부보다 질병 정의와 급여 기준, 재정 통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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