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G 인사이트] 장애인 고용 외면한 공공·출판업계, 제재 실효성 논란

김영 기자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과 기관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노동·고용 영역에서 장애인 고용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합니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명단이 공개되면서 제재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부담금 납부로 고용을 대체하는 관행이 이어지며, 공공 부문과 출판업계를 중심으로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장애인 활동가
▲ 장애인 활동가 [연합뉴스 제공]

◆ 장애인 고용 의무 미이행 사업체 대규모 공개

19일 고용노동부는 2024년도 기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공공·민간 사업체 319곳의 명단을 공표했다.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저조하고 신규 채용이나 구인 등 이행 노력이 부족한 사업체가 대상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중앙행정기관 2곳, 지방자치단체 16곳, 공공기관 17곳이 포함됐다. 민간 부문은 총 284곳으로, 300~499인 사업체가 146곳으로 가장 많았고 500~999인 96곳, 1천인 이상 사업체 42곳이 뒤를 이었다.

장애인 고용 기준은 공공기관이 의무고용률 3.8% 미만,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고용률 3.1%의 절반인 1.55% 미만일 경우 명단 공표 대상이 된다. 장애인 고용률이 2023년 12월 3.17%에서 2024년 12월 3.21%로 상승했음에도, 공공 부문 공표 사례는 오히려 늘어났다.

◆ 공공 부문 의무고용률 상향에도 반복되는 미이행

공공 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23년 3.6%에서 2024년 3.8%로 상향됐다. 그러나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명단 공표 사업체 수는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책임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장애인 고용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제도의 상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단순히 고용률 수치를 맞추는 것을 넘어 고용의 질과 지속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공 부문의 반복적 미이행은 관리·감독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ESG 관점에서 보면 사회(S) 영역의 핵심 지표인 포용적 고용이 형식적 점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 출판업계 등 민간기업의 구조적 한계 노출

민간 부문에서는 출판업계를 포함한 일부 기업이 장기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성출판사를 비롯해 리치몬트코리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신성통상, 데상트코리아 등은 10년 연속 공표 사업체로 분류됐다.

기업들은 직무 특성과 근무 환경을 이유로 장애인 고용의 어려움을 호소해왔지만, 동일 업종 내에서도 직무 재설계와 환경 개선을 통해 고용을 확대한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저조 사업체를 대상으로 인사 담당자 간담회와 장애인 고용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498곳에서 2천873명의 장애인이 신규 채용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도적 지원이 결합될 경우 고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부담금 중심 제재의 구조적 한계

현행 제도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그러나 부담금이 예측 가능하고 비용으로 관리되면서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실질적 압박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경우 재정 여력이 충분해 부담금 납부가 경영 판단의 일부로 흡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장애인 고용이 조직 문화나 인사 전략의 문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OECD는 2023년 장애인 고용 관련 보고서에서 부담금 제도만으로는 고용률 제고에 한계가 있으며, 직무 매칭과 근무 환경 개선, 인사 평가 연계가 병행돼야 실질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 독일·일본 사례로 본 해외 장애인 고용 제도

독일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부과하는 동시에, 미이행 시 부담금을 차등 적용한다. 고용률이 낮을수록 부담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로, 비용 부담이 실제 고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돼 있다.

일본 역시 장애인 고용률 제도를 운영하면서 부담금과 장려금을 병행한다. 특히 고용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는 재정 지원과 함께 공공 조달 과정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러한 국가 사례를 분석하며, 단순 제재보다 고용 실적을 경영 평가와 연계하는 방식이 장애인 고용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 공공기관 경영평가·ESG 연계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실적을 경영평가와 직접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일부 지표로 반영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점수 차이나 기관장 책임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ESG 관점에서도 장애인 고용은 사회(S) 영역의 핵심 지표다. 단순 고용률뿐 아니라 직무 지속성, 근무 환경, 경력 개발 여부 등을 평가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장애인 고용의 질적 개선에 나설 경우,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지 못할 경우 공공 신뢰와 ESG 평가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재설계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 요약: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과 출판업계를 포함한 319개 사업체 명단이 공개되며 제재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커졌다. 부담금 중심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독일·일본 사례처럼 고용 실적을 경영평가와 ESG 평가에 연계하는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공 부문의 책임 강화와 질적 고용 확대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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