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천안함]초계함 탑승 실종 가족 "내 아들 여기앉아 기다릴 텐데…"

2일 오후 7시20분께 해군 2함대 소속의 PCC-773 부천함 갑판.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사라진 천안함 승조원들의 가족 32명이 수병들의 도움을 받으며 올라탔다.

침몰 8일째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이었지만 실종자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안고 구조작업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백령도 사고해역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이 탄 부천함은 공교롭게도 작전 중 침몰한 천안함과 같은 규모, 같은 모델의 초계함이었다. 갑판에 오른 가족들은 천안함과 같은 구조로 이뤄진 부천함 곳곳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아들, 남편, 형제들이 바다속 이 곳 어딘가에서 지금도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갑판에 오른 가족들이 미로처럼 얽힌 좁은 통로를 지나 70~80도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을 손잡이에 의지해 내려가자 수병들이 휴식처인 침실이 나타났다.

직별별로 나눠 주갑판 아래 배치돼 있는 침실은 작전부와 항해부, 기관부, 경의부, 포술부 등 모두 5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체 공간이 33여 ㎡ 남짓한 작전부 침실은 아래위 간격이 불과 60여 cm로, 3단 침대가 12줄(36개)로 놓여 있었다.

한 사람이 눕기에도 비좁은 폭 1m, 길이 2m 정도의 침대지만, 수병들에게는 유일한 개인 공간이었을 것이다.

중간 중간 놓인 사물함 외벽에는 가족들의 사진과 부서소개를 담은 안내판 등 수병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침실과 통로 사이에는 타원형 모양의 해치가 출입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해치는 사고 때 격실과 격실을 차단하는 밀폐장치 역할을 한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종자들이 살아 있다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생존의 문'이 바로 이 해치였다. 가족들은 저마다 해치에 손을 대고 '제발…'이라고 외마디 탄식을 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침대를 배정 받은 가족들은 승조원 식당으로 향했다. 군은 이 곳 함미 부분에 실종자 대부분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로 옆으로 기관조종실과 조리실 등을 지나 나타난 함미 승조원 식당은 세로 5m, 가로 8m 크기로 역시나 비좁았다.

식당에는 2.5m 길이의 식탁 4개가 갑판에 고정돼 있었고, 커피 자판기와 텔레비전,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도 눈에 띄었다. 식당 뒤편 통로는 기관부 침실과 후타실 등과 연결돼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가족들이 함정 내부를 둘러보는 사이 부천함은 이미 닻을 올리고 서해 거친 파도를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조리병이었던 나현민 일병(21)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아들이 요즘은 적응이 됐는지 연락조차 뜸했다"면서 "8일째 물 속 이 곳에서 꼼짝 못하고 있을 아들만 생각하면… "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3일 오전 백령도 사고해역에 도착한 가족들은 군의 구조작업을 지켜본 뒤 오후 늦게 가족 대기실이 있는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로 귀항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