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특별기고]6·15에 보는 남북관계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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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안보와 안정적인 평화 관리"

우리에게 안보는 물인가, 공기인가? 두 가지 모두다. 평시에는 어지간하면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문득 안보는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의 생사(生死)를 가르는 고귀한 것임을 새삼 절감케 한다.
 
이번 천안함 사태가 그랬다. 평소 잊고 지내다시피 했던 안보문제는 우리의 일상사이자 엄중한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두 동강이 난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지.

큰 희생을 치룬터에 구멍 난 안보의 교훈을 우리 스스로 메워야 함은 당연한 처사다. 상대방이 두려워 할 만큼 냉정하고 침착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 그리고 우리의 안보를 빈틈없이 재점검하면서 그 동안 쌓아온 국력과 연계시키는 총체적 억지력의 확장,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 공동 해결노력을 끌어내는 지혜 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로 가는 길은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북한의 호응과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늘 대척점에서 맞서 서로 해 (害)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북 사이에 각종 합의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 합의를 꼭 실천하는 일이 더욱 긴요하다는 게 경험으로 일깨워 주고 있다.

10년 전, 6.15 남북공동선언은 ‘전쟁 끝, 평화 시작’으로 치부됐었다. 지금의 남북 상황은 백 가지 약속이 하루 아침에 연기처럼 허망해질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확고한 원칙과 실용성을 토대로 하는 정책적 운용 태세를 겸비하는 데서 추동력을 더해야 하겠다.

남북관계는 이제 또 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서로간 선택에 따라서는 화해·협력의 길로 가느냐, 응징과 보복이라는 칼날을 숨긴 채 일촉즉발의 긴장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국지전·전면전이라는 막다른 길로 가느냐 하는 기로인 것이다. 민족사적으로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헤드라인과 트렌드라인을 함께 보자"

 「 전쟁론 」의 대가인 라이트(Q.Wright)교수가 쓴 글이 참고가 될지 모르겠다. 그는 방대한 책을 쓰게 된 것이 평화를 위해서였다고 했다. 즉, “평화를 모색하는 핵심 테마는 전쟁을 제대로 잘 알고 이해하며, 전쟁을 없애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자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 어떤 ‘좋은 전쟁’ 이라고 할지라도 ‘나쁜 평화’가 나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하겠다.

 1962년 쿠바미사일 위기 때의 사례 역시 참조할 만하다. 당시 소련은 미국의 코앞인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만들고자 했다. 미국으로선 3차 세계대전까지 각오하면서 소련의 시도를 막아야만 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해상 봉쇄를 실행할 것이라면서, 한편으론 최후통첩성 막후 협상도 병행해 나갔다. 그의 지론이자 실천 전략은 이런 것이었다. “상대가 두려워서 협상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결과는 소련이 미사일 기지 건설을 포기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갈림길을 가야할 것인가. 현재의 국제 환경이 극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도록 조성되어 있는지, 또한 우리가 흡수통일을 추진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럴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같은 시도가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서독은 흡수통일을 추구한 적이 없었다. 말로만 핏대를 올리는 통일이 아니라, 실질적인 통일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 나갔다. 서독은 국제적인 환경을 꾸준히 만들면서 탄탄한 경제력과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통일의 초석으로 쌓아갔다. 이러한 선택은 결국 동독 주민들이 ‘통일 되면 (서독으로 편입되면) 좋겠다’ 고 해서 결과적인 자유평화 통일로 나타났었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크게 ① 당면한 안보 위기의 해소 ② 한반도 평화 패러다임 마련 ③ 동아시아 경제?안보 협력체로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 든든한 안보와 안정적인 평화 관리는 모든 길에 기초일 것이다. ‘오늘의 뉴스(Headline)’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흐름과 방향인 큰 그림 (Trendline)'으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도록 하자.

글ㅣ김경웅 (세계정보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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