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기아차, 무파업 보상은 ‘소탐대실’

기아자동차 파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측이 무파업을 할 때 전직원에게 현대차 수준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영종 기아차 사장은 지난달 말 ‘여러분이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회사 소식지를 통해 “올해 만큼은 파업 없이 안정된 한 해를 만들어보자”며 “19년 연속 파업의 고리를 끊어내고 무파업을 실시하면 회사도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무파업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가 전직원들에게 무파업 보상금으로 300만원 상당의 무상주 30주를 지급한 수준의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직원들에게 현대차 수준의 무파업 보상금 지급을 약속한 데는 이번 파업 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야한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있다.

하지만 노조의 반응은 싸늘하다. 노조는 이달 모든 공장에서 특근을 거부하는 것으로 사측 제안에 대응했다. 이에 따라 공장별로 월 4회에서 8회 특근을 계획했던 기아차는 월 1만대가량의 추가 생산이 어렵게 됐다. 월 10% 정도의 공급차질이 생긴 셈이다.

특히 기아차는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으로 고민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주력 모델인 중형세단 K5가 현대차 쏘나타보다 많이 팔리면서 국내 차 시장 베스트셀링 1위 차량에 등극했다. K5 외에도 중대형세단 K7과 소형SUV 스포티지R이 각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기아차의 업계 1위가 가시화 되고 있다.

기아차의 상황이 갈수록 꼬이고 있는 데는 노사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 노조는 이달부터 시행된 노조법에 맞서 전임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급여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기아차 노조의 앞으로의 향배는 다른 사업장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원만한 타협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노조는 이런 정치적 성격의 투쟁이 과연 노동자 개인의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반대로 기아차로서는 업계를 대표해 가능한 한 파업을 저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사측이 선택한 ‘당근’은 다른 사업장의 입장을 외면한 미봉책이다. 수백만원의 보상금으로 당장의 일을 무마하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무파업 보상금을 주는 사업장이 많아질 경우 보상금 없이도 건전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사업장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타임오프제로 선진국형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려는 지금 기아차와 노조는 과연 무엇이 회사와 노동자, 그리고 국민경제를 위한 것인지 성숙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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