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신축으로 빈축을 샀던 경기도 성남시가 이번엔 지급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5200억원을 갚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신도시 조성 사업비 정산이 이달 중 완료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해양부 등에 5200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 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재정자립도가 70%가 넘을 정도로 상태가 좋은 지자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동안 방만한 경영이나 예산 낭비, 호화 청사 신축, 선심성 공사 등으로 불거진 지자체의 재정 악화가 결국 터졌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성남시가 시의회에 요청한 올 수정예산안이 전년보다 줄면서 재정 균형이 깨졌다. 이 때문에 올해 각종 신규 사업이 전면 보류됐다.
성남시의 갑작스러운 모라토리엄 선언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계자들은 5200억원 가운데 2900억원은 재투자하고 나머지 2300억원도 당장 갚아야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전임 시장이 불필요한 사업을 벌인 결과”라고 이 시장이 밝혔듯 재정위기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문제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다른 지자체에 미칠 영향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 지자체 통합재정수지에서 7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평균 재정자립도도 52.2%로 지난해에 비해 1.4%포인트가 떨어졌다. 특히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올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전체의 55.7%인 137개다. 지난해에 비해 24개가 늘어난 것이다.
한때 전국 최고의 부자도시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던 성남시를 뒤따를 지자체가 얼마나 더 있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부산 남구청은 지방채로 인건비를 충당했으며, 대전시 동구청도 신청사 건립으로 늪에 빠졌다. 강원도 속초시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대포항 개방을 미뤘다.
정부는 지자체에 닥칠 ‘모라토리엄 도미노 선언’을 차단하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행정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지자체의 책임과 자율성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성남시는 지방채를 발행해 4년 내에 갚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채는 행안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묘책이 아니다. 결국 국민의 혈세로 충당한다는 것이데, 이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빚으로 빚을 갚는 것은 ‘부채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더구나 이자까지 붙여서 갚아야 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전임 시장의 실책을 공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풀뿌리민주주의에서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지자체의 빚을 갚는다는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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