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법원 "생선가시 발견 늦어 사망한 환자, 병원 배상책임 있어"

유혜선 기자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생선가시 발견이 늦어 사망한 환자에 대해 병원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제13민사부(임동규 부장판사)는 내시경 검사를 적시에 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이 병원 측에 있다며 H씨 유족이 학교법인 건국대와 병원 내과전문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1억6천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응급실 진료기록에 생선가시에 관련된 내용이 분명히 존재해 피고는 응급실 진료기록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고, 기록을 확인했다면 생선가시 관련 내용을 바로 알 수 있었기에 내시경 검사를 지연한 과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생선가시 같은 이물 섭취에 의해 흉부 식도에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과 심각한 종격염이 생겨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어 생선가시를 제거한 때는 식도의 천공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3월19일 저녁을 먹던 H(48)씨는 식사 뒤 목이 따끔거림을 느꼈다.

생선가시가 걸린 것 같은 불편함을 참지 못했던 H씨는 이튿날 새벽 4시께 건국대학교 부속 충주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날이 밝아야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H씨는 응급혈액검사와 소변검사만 받고 귀가했다.

급한 마음에 그날 아침 개인병원을 먼저 찾은 H씨는 급성췌장염 의심 소견서를 받아들고 충주병원에 입원해 내과전문의에게 머리와 배 통증을 호소했으나 병원은 응급혈액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촬영만 하고 진정제를 주사했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응급실을 찾은 지 사흘이 지난 3월23일 내시경 검사를 한 병원은 식도에 4cm 길이의 'ㄱ'자 모양 생선가시를 발견해 제거했다.

그러나 가시를 제거한 후에도 H씨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3월27일 H씨의 식도에 생긴 구멍으로 음식물과 침이 넘어가 갈비뼈 뒤쪽에 고름이 고이는 종격염이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H씨는 식도 천공으로 생긴 고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3월29일 숨졌다.

병원과 담당의사는 숨진 H씨가 개인병원에서 받은 급성췌장염 의심 소견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췌장염을 의심해 치료했기 때문에 생선가시를 뒤늦게 발견한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