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성향상 정 반대에 있는 자립형 사립고와 대안학교가 속내를 들여다보면 닯은점이 참 많다는 점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극적으로 회생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조 교육감의 개혁 정책들도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 교육감이 '평등 교육'을 추구하는 만큼 자립형 사립고와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일반 고등학교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서울에서만 3개 고등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돌아갔다.
자립형사립고등학교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학교 스스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학생과 교사의 선발, 교육비 책정을 하는 등 교권과 학교 운영에 대한 자유를 보장받는 학교를 발한다. 고등학교 평준화로 상위권 학생을 위한 교육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2001년 6개 학교를 시작으로 정책이 도입되었다.
한편 대안학교는 정규 공교육 규정을 벗어나 특정 가치관에 따라 운영하는 학교를 말한다. 현재 교육부에서 정식 인가한 54개 학교가 있으며, 인가 받지 않은 채 운영하는 대안학교도 있다. 인가받지 않은 대안학교의 경우 졸업하더라도 학적을 인정받지 못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별도로 검정고시에 응시해야 한다.
공교육의 획일성 지적하며 탄생한 두 학교, 성향 다른 이유는 정치?
이 두 학교의 공통점은 기존 공교육이 가진 획일성의 한계를 지적하며 탄생했다는데 있다. 그만큼 교육과정 자율성이 높고 기존 학교 시스템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가능한 환경이다. 두 학교 모두 수업료가 일반 학교보다 비싼 경우가 많고 '귀족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학생수는 적은데 교육의 질은 높여야 하고, 자사고의 경우엔 정부 보조금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슷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성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자사고 대부분은 입시 위주 교육에 집중한다. 학생 선발이 자유로운 덕에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입학시킬 수 있으며, 토익∙토플 등 어학점수나 특정 자격증 취득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커리큘럼은 수능시험에 맞춰 일반 고등학교 커리큘럼과 다르지 않으나, 학업 강도는 일반고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교육 목표는 명문대학교 진학이다.
반면 대안학교는 입시 중심 공교육을 비판하며 대안으로 나타난 학교인 탓에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생태나 인성, 자율적 공부를 중시하는 면학분위기를 추구하며 종교 재단에서 설립한 학교의 경우 종교 관련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일반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을 위한 재적응학교도 있으며, 자사고 못지 않게 입시 명문을 추구하는 학교도 있는 등 한 가지 범주로 묶기엔 무리가 있다.
학교 성향이 다른 이유는 이 두 학교를 지지하는 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 운영했던 공정택 전 서울 교육감은 당선 당시 초등학교 성적표에 '수우미양가'식 수준표기를 부활시키고 경쟁을 도입하겠다고 발언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온 보수 성향 교육감이었으며, 선거에선 비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조희연 현 교육감은 참여연대 창립을 박원순 당시 변호사와 함께 주도하기도 한 진보 성향 교육감이다. 대안학교의 경우 기존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란 점에서 태생적으로 진보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대안교육 전문지 '민들레'는 홈페이지에 한겨레 신문, 참세상 방송국, 논색평론 등 진보성향 매체를 대안교육 관련 사이트로 소개하기도 한다.
교육감이 너무 빨리 걸으면 아이들은 따라가지 못한다
교육과 정치 모두 사회 철학과 사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사상적 뿌리를 공유할 수도 있다. 정치와 교육이 한 배를 탔다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사고와 대안학교의 현실은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는걸 경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입시 명문을 꿈꾸던 자사고는 지난 6일 서울시 교육청이 운영성과 평과를 실시한 결과 4개 학교가 기준점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이 학교는 학생 충원과 유지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고, 재정지원도 미흡하며, 다른 학교로 전출하는 등 중도탈락 비율이 높았다. 학교 재정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자사고 특성상 학생이 줄어들며 남은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도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는 대체로 교원과 학생 만족도 낮았으며, 자사고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입학한 신입생도 일반고와 별다를 것 없는 교육서비스, 높은 등록금에 회의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학교는 한 가지 특성으로 묶기 힘들지만, 일부 학교에서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례와 함께, 학교 운영 지침과 시스템의 부재로 어처구니없는 안전 사고가 발생한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 대한 신뢰도가 일반 학교에 비해 미흡하며, 교육과정의 적합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사라지지 않는다. 일반 고등학교와 다른 양성과정 탓에 졸업후 사회진출과 취업에 대한 별도 지원도 필요하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란 말은 교육 정책을 논할 때마다 빠지질 않는다. 하지만 입시제도와 교과 과목 내용은 해가 다르게 바뀌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도 들썩거려 교육철학이 5년 이상 유지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계 관료들은 자신들이 정치적이며 극단적인 교육 철학을 추구하진 않았는지, 내실을 키울 시간보단 겉모습과 제도를 만드는데만 치중하지 않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보수건 진보건 급격한 변화는 어린 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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