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의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박대통령에 대하여 16일 검찰조사가 필요하다고 통보하였다.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면 사건의 이번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절차이다. 누가 보더라도 검찰의 조사요구는 상식적으로도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며 더욱이 박대통령이 두 번째 사과를 하면서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임”을 밝힌 바 있고 나아가 “특검도 마다 않겠다”고 말한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검찰의 수사 일정에 협력하는 것이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박대통령의 변호인이 밝힌 바에 의하면 청와대의 기류와 태도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유영하 변호인은 수사진행상황으로 볼 때 아직은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적당하지 않다고 보고, 아직 조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잊지 않아 연기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기 사유 중에는 건전한 상식으로 보더라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사유까지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을 피의자로 조사할 때 일반적으로 이런 사유로 조사연기 요청을 하는 것이 통용되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는 평등권에 배치되는 무리한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다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두고 이런 구차한 이유를 갖다 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지연 방침에 대하여는 다른 사유들이 거론되고 있다. 다가오고 있는 최순실씨의 공소장에 박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될 경우 이것이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진행된 시민들의 박대통령에 대한 하야 또는 퇴진요구는 박대통령과 최순실씨 주변인물들의 조사결과 이미 밝혀진 각종의 불법 부당행위와 그로인한 국가 품격의 추락과 정치체제의 혼란 및 사회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하고 있다. 그리고 탄핵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는 어차피 박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이 나야 할 것이다. 조사시기가 달라진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이번의 검찰조사와 별도로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남아 있는 상황을 감안하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검찰에서는 오늘이라도 박대통령이 조사에 응하기를 원하고 있다. 만약 검찰의 이런 조사계획이 차질을 빚고, 그 결과 주요 의문사항에 대한 이번의 조사결과가 명쾌하게 매듭을 짖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리면 그 책임은 다시 박대통령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야권에서는 청와대에서 공권력과 대통령의 법적 지위를 이용하여 술책을 부렸다고 할 것이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참가했던 수많은 시민들은 다시 분노의 깃발을 쳐들게 될 것이다. 대통령 퇴진을 공식적 입장으로 밝힌 야3당과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태도를 볼 때 다음 전개될 집단시위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에 있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와 세계의 주요도시에서 벌어지는 집단시위와 시국성명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고, 대통령지지자들이 돌아서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목소리와 행동들이라고 생각해서는 더욱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민심이 바뀌기도 하고, 정치적 기류도 바람에 따라 흔히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국민 분노와 외침은 그런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미 정치지도자로서 박대통령의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바닥까지 추락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고통치권자의 지위에 앉아 있는 한 대통령은 의연하고, 담대한 자세를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검찰조사에 제 시간에 담담한 자세로 응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있어도 자신의 영욕보다는 주권자인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공직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이 이 나라의 주인이면서 지금까지 통치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