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LH 땅 투기 의혹에 주택공급 대책 표류하나

음영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2·4 공급대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4 공급 대책은 속도전이 생명이지만 이를 추진할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14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2·4 공급 대책의 핵심 내용을 추진하기 위한 후속 입법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정은 당초 3월 중에 후속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령 개정 등 준비를 거쳐 6월 전에는 시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도 되지 못했다.

LH

2·4 대책 중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의 고밀개발을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과 LH 등이 사업을 직접 이끄는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시재생에 정비사업을 가미한 '주거재생 혁신지구 사업' 등은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방안이다.

당정은 2·4 대책을 내놓고 나서 불과 20여 일 만에 이들 사업의 근거가 되는 '공공주택특별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에 접수만 됐을 뿐, 법안소위 회부 등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시작 절차인 상정도 안 됐다는 것이다.

법안들은 12일 기준으로 숙려기간(15일)을 넘겼기에 상정하려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은 국토위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중 상정되는 것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하면 일정을 서두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LH 등 공공이 많은 물량을 가져가는 등 전면에 나서는 개발 방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4 대책의 후속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2·4 대책에서 제시된 이들 사업은 LH 등 공공기관의 주도적 참여를 전제로 용적률 등 도시계획 규제를 풀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간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공공기관이 풀어줌으로써 그동안 개발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곳에서 사업을 굴러가게 해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LH가 주도하는 개발 방식을 설득할 명분도 적어진 상황이다.

2·4 대책은 개발 예정지 부동산을 대책 발표일 이후에 취득한 경우 입주권도 주지 않는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을 넣어 이전부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정작 LH 직원들은 신도시 지정 전 땅 투기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입법 추진은 적어도 공직자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결과가 나오고 LH의 조직 개편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후속 조치가 마련되고 나서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지자체 등의 신청을 받아 이달 중 2·4 대책에서 제기된 개발 방식의 후보지를 일부라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창흠 장관이 LH 사태의 책임을 지고 2·4 대책의 후속 입법 기초작업까지만 수행하고 물러나는 '시한부 장관'이 됐는데, 여권에선 4월 초에는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에 맞춰 법안 처리가 빨라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4 대책의 일부이기도 하면서 정부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 내용이자 가장 구체적인 내용인 3기 신도시 조성 사업도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시 원주민에 대해선 부동산 투기 방지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LH 직원들은 사전에 개발정보를 빼돌려 100억원대 땅 투기를 했다"라며 "3기 신도시는 백지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 수용·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LH 직원들이 토지를 1천㎡ 이상 취득해 협의양도인 택지를 노리는 등 토지보상 체계의 허점을 파고든 사실이 드러나 토지보상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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