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백제의 맥베스, 우리 소리로 부활하다 창극 <맥베스–백가의 난>, 한국적 셰익스피어의 탄생

오경숙 기자
[맥베스-백가의 난]
[맥베스-백가의 난]

고대 백제의 비극이 셰익스피어와 만나 새로운 한국 창극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이 주최한 창극 <맥베스–백가의 난>이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교스퀘어에서 막을 올리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맥베스’를 백제 동성왕 23년, 역사 속 실재 사건인 ‘백가의 난’으로 치환해 완전히 새로운 무대로 재탄생시킨다.
대본·연출을 맡은 박성환은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며,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 위의 배우”라는 원작의 명대를 우리식 굿판과 결합시켜, 가장 한국적인 셰익스피어를 구현해 냈다.

■ 백제의 역사 위에 서는 새로운 비극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 백가는 무당의 예언을 듣고 왕위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아내의 부추김, 예언의 불길한 그림자 속에서 백가는 결국 왕을 시해하고 권력을 손에 넣지만, 피의 대가로 끝내 파멸의 길을 걷는다.
무속적 상징, 굿패의 장단, 그리고 전통 악기의 웅장한 울림은 백가의 욕망과 광기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한다. 관객은 고대 왕국 백제의 비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게 된다.

[대본/연출 박성환]
[대본/연출 박성환]

■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강렬한 무대

연출 박성환은 설월설경 같은 신비로운 무대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징적 세계를 구축했다. 피아노·아쟁·타악이 어우러지는 음악은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긴장감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특히 ‘타들어 가는 촛불 같은 인간의 운명’을 표현한 장면은 높은 예술적 완성도로 찬사를 받고 있다.

작곡 나실인과 작창 염경애는 굿판의 장단과 창극의 선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맥베스 특유의 비극성과 백제의 역사성을 동시에 살리는 데 성공했다.

[백가 박수범, 백가부인 류가양]
[백가 박수범, 백가부인 류가양]

■ 백가의 욕망과 붕괴를 그린 출연진의 열연

무대를 이끄는 박수범, 류가양, ,박상우, 이정화, 정진성, 이산, 노창우, 박지수 등 출연진은 저마다 힘있는 창과 섬세한 연기로 극의 정서를 촘촘하게 완성한다.
특히 백가 역을 맡은 배우 박수범은 광기와 절망, 오만과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내면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분출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 ‘우리 소리로 부활한 비극’의 의미

창극 <맥베스–백가의 난>은 서양 고전을 우리 소리로 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백제라는 역사적 배경과 굿이라는 전통적 영성을 결합해 새로운 한국형 비극의 지평을 연다.
“속삭이듯 쏟아대는 강렬한 우리 소리, 응축된 감정의 눈대목들”이라는 기획의도처럼, 이번 작품은 전통예술이 지닌 힘과 확장 가능성을 무대 위에서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창극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모색하는 여러 시도 속에서 <맥베스–백가의 난>은 확실히 한 걸음 앞서 있다. 비극의 서사와 한국적 미학이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렬한 감동이 가능한지, 이번 공연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건넨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식 제명됐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강도 징계가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아트피아드위원회, 과천 펜타원서 입주식 개최

아시아아트피아드위원회, 과천 펜타원서 입주식 개최

아시아아트피아드위원회(AAC)가 1월 28일 경기도 과천시 펜타원C동 SW타워에서 입주식을 열고, 예술올림픽 ‘아트피아드(Artpiad)’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새 출발을 알렸다.

구구갤러리 심민경 초대전 <공:감각>展

구구갤러리 심민경 초대전 <공:감각>展

한지에 그린 담박한 동양화는 강력한 도파민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한숨 고르고, 멈추어, 여백에 담겨진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해외전시나 페어에서도 동양화에 대한 외국 관람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다.

아트피아드 심벌 마크/로고 & 엠블럼 디자인 공모전 개최

아트피아드 심벌 마크/로고 & 엠블럼 디자인 공모전 개최

2026년 3월 아시아 아트피아드 위원회 총회, 비전 선포식에 이어 10월에 아시아 아트피아드 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아트피아드위원회(AAC)가 심볼 마크, 로고 및 엠블럼 등 아트피아드를 상징하는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다.

마가 스님, 신간『어른이 되는 흐름의 기술』서울·부산 북콘서트 열어

마가 스님, 신간『어른이 되는 흐름의 기술』서울·부산 북콘서트 열어

(사)자비명상 대표이자 힐링멘토인 마가 스님이 신간 『어른이 되는 흐름의 기술』 출간을 기념해 서울과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불자들과 독자들을 만났다.마가 스님은 지난 1월 15일 서울 BBS 불교방송 3층 다보원에서 열린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1월 22일 부산 영광도서 문화홀에서 북콘서트를 이어가며, 출가 40년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음의 전환과 삶의 흐름’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