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백제의 비극이 셰익스피어와 만나 새로운 한국 창극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이 주최한 창극 <맥베스–백가의 난>이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교스퀘어에서 막을 올리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맥베스’를 백제 동성왕 23년, 역사 속 실재 사건인 ‘백가의 난’으로 치환해 완전히 새로운 무대로 재탄생시킨다.
대본·연출을 맡은 박성환은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며,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 위의 배우”라는 원작의 명대를 우리식 굿판과 결합시켜, 가장 한국적인 셰익스피어를 구현해 냈다.
■ 백제의 역사 위에 서는 새로운 비극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 백가는 무당의 예언을 듣고 왕위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아내의 부추김, 예언의 불길한 그림자 속에서 백가는 결국 왕을 시해하고 권력을 손에 넣지만, 피의 대가로 끝내 파멸의 길을 걷는다.
무속적 상징, 굿패의 장단, 그리고 전통 악기의 웅장한 울림은 백가의 욕망과 광기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한다. 관객은 고대 왕국 백제의 비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게 된다.
■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강렬한 무대
연출 박성환은 설월설경 같은 신비로운 무대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징적 세계를 구축했다. 피아노·아쟁·타악이 어우러지는 음악은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긴장감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특히 ‘타들어 가는 촛불 같은 인간의 운명’을 표현한 장면은 높은 예술적 완성도로 찬사를 받고 있다.
작곡 나실인과 작창 염경애는 굿판의 장단과 창극의 선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맥베스 특유의 비극성과 백제의 역사성을 동시에 살리는 데 성공했다.
■ 백가의 욕망과 붕괴를 그린 출연진의 열연
무대를 이끄는 박수범, 류가양, ,박상우, 이정화, 정진성, 이산, 노창우, 박지수 등 출연진은 저마다 힘있는 창과 섬세한 연기로 극의 정서를 촘촘하게 완성한다.
특히 백가 역을 맡은 배우 박수범은 광기와 절망, 오만과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내면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분출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 ‘우리 소리로 부활한 비극’의 의미
창극 <맥베스–백가의 난>은 서양 고전을 우리 소리로 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백제라는 역사적 배경과 굿이라는 전통적 영성을 결합해 새로운 한국형 비극의 지평을 연다.
“속삭이듯 쏟아대는 강렬한 우리 소리, 응축된 감정의 눈대목들”이라는 기획의도처럼, 이번 작품은 전통예술이 지닌 힘과 확장 가능성을 무대 위에서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창극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모색하는 여러 시도 속에서 <맥베스–백가의 난>은 확실히 한 걸음 앞서 있다. 비극의 서사와 한국적 미학이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렬한 감동이 가능한지, 이번 공연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건넨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