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국무용가에서 국제무용가로..정예찬 단장, 45년 춤 인생의 길을 열다

오경숙 기자

한국하와이안훌라협회 회장이자 안양여성무용단 단장인 정예찬 국제무용가가 올해로 무용 인생 45주년을 맞았다. 오직 ‘춤’ 하나만을 바라보며 걸어온 그의 여정은 한국무용을 넘어 세계 각국의 전통춤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예술 세계로 확장되어 왔다.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 춤과의 첫 만남, 그리고 예술의 뿌리

정 단장이 춤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은 가족의 권유가 계기였다. 경기민요 인간문화재 고(故) 안비취 선생을 길러낸 어머니의 언니, 즉 이모의 추천으로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곧 한국무용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인 무용인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무용뿐만 아니라 발레, 현대무용, 일본의 전문무용학교에서의 훈련, 그리고 한때 전공으로 삼았던 스페인 플라멩코까지, 그는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스스로의 예술을 다져왔다. 그 실력은 ‘플라멩코의 성지’로 불리는 헤레쉬 국제플라멩코축제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세계무대에서 한국 예술가의 저력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정예찬 한국하와이훌라협회 협회장·안양여성무용단 단장]
[정예찬 한국하와이훌라협회 협회장·안양여성무용단 단장]

■ “한국무용가는 세계 속의 예술가여야 한다”

무용교육가로서도 두각을 드러낸 그는 국내외 공연 활동을 거듭하면서 “한국무용가는 한국 안에서만 존재하는 춤꾼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예술가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일찍이 얻었다. 이 같은 통찰은 그를 일본 ‘애미발레스쿨’로 이끌었고, 다시 서양무용과 현대적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춤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꾼 사건은 허리 디스크 수술이었다. 강한 동작이 어려워진 절망 속에서 그는 애미코 학장의 추천으로 하와이 민속무용 ‘훌라’를 접하게 된다. 훌라는 정 단장에게 단순한 춤을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한 예술이었다. 오랜 무용 활동으로 손상된 허리, 발목, 무릎, 골반, 그리고 만성 소화기 질환까지 점차 회복되는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예술적 전환점이 되었다.

[정예찬 한국하와이훌라협회 협회장·안양여성무용단 단장]
[정예찬 한국하와이훌라협회 협회장·안양여성무용단 단장]

■ 훌라와 한국 예술의 만남

정 단장은 훌라를 처음 한국에 체계적으로 소개한 개척자이기도 하다. 28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훌라를 아는 이가 거의 없던 시절, 그는 한 사람씩 가르치고, 무용단을 구성해 전국으로 보급했다. 안양시 동안평생교육원 이보영 원장의 지원으로 열린 첫 강좌는 안양을 ‘한국 훌라의 첫 고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서울–안양–부산을 오가며 지방 축제와 교육현장에서 훌라의 저변을 넓혀갔다. 새마을호를 타고 이동하던 시절부터 지금의 SRT·KTX에 이르기까지 매주 지역을 다니며 광주광역시 강의만 13년째 이어오고 있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훌라가 너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죠.”

그는 훌라의 본질을 “공연예술이라기보다 교육예술”이라고 말한다. 자연을 섬기고 자연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며, 감사와 기쁨을 노래하는 철학이 담긴 춤, 시·가·무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는 심리적 안정과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 안양여성무용단 운영 철학

안양여성무용단을 이끌어온 정 단장은 단체의 핵심 가치를 Aloha(배려)–Ohana(가족·평화)–Lei(사랑)라고 설명한다. “단장이 먼저 베풀어야 단원들도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닮습니다. 춤은 속임이 없는 예술이니까요.”

NGO 한국하와이안훌라협회(안양여성무용단)는 국가공익단체로 활동하며 ‘춤추는 마을, 춤추는 지역사회, 춤추는 세상’을 비전으로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언어를 넘어선 춤의 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치유적 예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주년에는 한국·미국·일본·대만이 함께하는 3박 4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제 교류의 장을 확장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행복했다”, “이국적이었다”, “수준이 높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송미숙 한국전통예술협회 이사장·국가유산진흥원 예술감독의 축사와 응원 메시지는 큰 힘이 되었다.

[송미숙 한국전통예술협회 이사장·국가유산진흥원 예술감독]
[송미숙 한국전통예술협회 이사장·국가유산진흥원 예술감독]

■ 예술가·지도자로서의 비전

정 단장은 ‘좋은 춤’의 기준을 “즐거움과 일상의 예술성”에서 찾는다. 훌라를 통해 세계 예술가들과 교류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한국무용을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번 페스티벌 역시 훌라와 한국춤을 함께 조명한 뜻깊은 프로젝트였다고 말한다.

향후에는 한국무용 인재 발굴과 차세대 지도자 양성, 국제 협력 강화, 평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 축제 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승희 선생님처럼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고, 훌라를 통해 건강한 시민의 삶을 돕는 사회 체육의 춤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 사람 그리고 감사

그는 지난 세월을 함께해 준 많은 제자를 떠올리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배정자 고문, 권순남 국장, 조성문 이사, 이지우 이사, 문지선 이사 등 수많은 전수자·회원들, 그리고 어려운 시기 안양을 떠나지 않고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 전 백옥현 회장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춤은 해탈이며, 훌라는 지속적으로 춤추는 삶이다”

정 단장은 지역 예술가와 꿈나무들에게 “Dreams come true. 꿈은 이루어진다. 지속적으로 춤을 추라. 그것이 이 지구에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제20회 안양시 세계민속무용&음악페스티벌]

마지막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훌라는 지속적으로 춤추는 삶을 의미합니다. 춤은 몸의 해탈이고, 진정성 있는 삶을 찾는 과정입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춤을 추십시오. 그리고 훌라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기쁨을 춤추시기 바랍니다. Aloha.”

정예찬 단장의 45년 춤 인생은 단순히 예술 경력을 넘어 치유와 성장, 그리고 한국예술을 세계와 잇는 문화교류의 개척기였다. 앞으로 그가 펼쳐 갈 새로운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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