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서울은 왜 ‘간판 천국’이 되었나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출간

작고 세련된 간판들로 꾸며진 유럽 도시들에 비하면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들은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판 천국'이라고 부를만한 이런 현상은 왜 생겼을까?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지은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현암사 펴냄)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소읍, 바닷가 마을, 고속도로나 국도변까지 넘치는 간판문화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도시건축의 문제를 파헤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도시경관을 압도하는 '간판 홍수'는 우선 국토계획법과 건축법이 허용하는 주거 지역 내 근린생활시설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중세 이후 유럽의 도심은 1층은 상업공간, 2층 이상은 주거공간이나 사무공간을 결합한 '수직적 주상 복합'으로 발전해 왔다. 이런 이유로 유럽과 미국의 도시에서 간판은 1층에만 주로 붙는다.

반면 각종 상업공간과 합쳐진 근린생활시설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게, 음식점, 의원, 약국, 세탁소, 부동산 중개소, 학원, 노래방 등이 들어서 지하층부터 5-6층까지 벽면을 간판으로 도배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저자는 "근린생활시설에 노래방 등 세속적인 공간과 교회 등 성스러운 공간이 층층이 쌓이고 압축되어 한국 도시만의 풍경을 만든다"면서 "이런 점에서 간판은 '문제'가 아니라 도시와 건축물의 복합성을 드러내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도로변은 온갖 종류의 상업공간이 모여 어지러울 정도로 혼잡하지만 안쪽은 허름한 식당, 술집, 여관과 유흥업소 등이 차지하며, 거기서 더 들어가면 재개발을 기다리는 단독 주택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간판으로 도배한 변종 건축은 법과 제도의 탓만이 아니라 한국의 특이한 도시공간 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우리나라를 '간판 천국'으로 만든 것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데서도 연유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33.6%로 일본 14.6%, 영국 12.6%, 미국 6.8% 등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고 심지어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멕시코 29.1%보다 높다.

자영업자들의 터전이 바로 대로변에 늘어선 근린생활시설이고 보면 건물마다 간판이 넘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저자는 "간판의 홍수는 도쿄의 신주쿠(新宿), 홍콩의 카우룽(九龍), 상하이의 난징루(南京路)에도 있다"면서 "이는 급격한 도시화와 동서의 혼합에 따라 역사도시의 정체성이 허물어지면서 나타난 문화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유럽의 도시에서 간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그들의 문화적 성숙도가 우리보다 높아서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친 사회적 규약 때문"이라며 "도시의 디자인은 몇 개의 초고층 랜드마크나 상징탑을 만드는 것보다 일상의 건축을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한국의 추사 고택과 이탈리아 중세 몬테 성을 사례로 들어 한국과 서양 건축을 비교한 글을 비롯해 서양건축에 한 획을 그었던 거장들의 건축론, 한국적 상황을 외면한 채 맹목적으로 사양건축을 지향하는 현상을 비판한 글 등이 실려 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부, 수도권 6만 가구 공급…용산·과천·성남 등 개발

정부, 수도권 6만 가구 공급…용산·과천·성남 등 개발

정부가 서울·경기 주요 도심의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6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수도권 공급 부족과 집값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9·7 대책의 후속 조치로, 용산국제업무지구·과천·성남 등 입지 우수 지역이 중심이다.

[부동산 브리핑] 2월 전국 입주물량 ‘급감’…상반기 중 최저치

[부동산 브리핑] 2월 전국 입주물량 ‘급감’…상반기 중 최저치

2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 2,348세대로 집계되었다. 이는 상반기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전월(2만 1,136세대) 대비 약 9,000세대, 전년 동월 대비 6,000세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26일 직방에 따르면 수도권은 5,192세대, 지방은 7,156세대가 입주할 예정으로, 전반적인 공급 감소세가 뚜렷하다.

[부동산 브리핑] 서울 아파트값 0.29%↑ 반년 만에 최대폭 상승

[부동산 브리핑] 서울 아파트값 0.29%↑ 반년 만에 최대폭 상승

서울 아파트값이 연초부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건축·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간 상승률이 반년 만에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지난해 중반 급등 국면과 비교하면 아직 제한적인 반등에 그치고 있어, 향후 흐름을 둘러싼 관망 심리도 동시에 확산되는 모습이다.22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9일 기준

[부동산 브리핑] 서울 ‘중고가’, 경기 ‘상위가’…대출규제에 자금한계

[부동산 브리핑] 서울 ‘중고가’, 경기 ‘상위가’…대출규제에 자금한계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대출 규제와 금융 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별로 거래가 형성되는 가격대와 구조가 뚜렷하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가격 상승 이후 신고가 행진은 이어졌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신고가가 발생하는 주요 가격대가 지역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브리핑] 서울 아파트값 0.21% '강세'…매물부족에 전세값도 상승

[부동산 브리핑] 서울 아파트값 0.21% '강세'…매물부족에 전세값도 상승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학군지와 역세권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상승했고, 경기 분당·수지·광명 등 수도권 핵심 지역도 강세를 보였다.

[부동산 브리핑]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양극화 심화

[부동산 브리핑]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양극화 심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량은 주춤하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 브리핑] 1월 분양 시장, 높아진 일반분양 문턱

[부동산 브리핑] 1월 분양 시장, 높아진 일반분양 문턱

올해 1월 전국에서 쏟아지는 아파트 물량은 1만 1,635세대로, 수치상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36%나 급증했다. 다만 이는 조합원 물량을 포함한 수치로 정작 청약 통장을 사용하는 실수요자의 몫인 일반분양은 4,816세대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오히려 9% 감소했다.

11월 서울아파트 매매 60.2% 급감…수도권 공급 지표는 개선세

11월 서울아파트 매매 60.2% 급감…수도권 공급 지표는 개선세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전월 대비 급감하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며 향후 공급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