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대표이사 선임 불발

등기이사만 선임, 후계구도 부담 작용한 듯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국 등기이사 선임으로 그쳤다. 이미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올라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제4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기 만료된 이정대 부회장 후임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 부회장의 공동 대표이사 인선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주총 의결을 재확인 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3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표이사 선임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 대표이사 선임이 불발됐지만 정 부회장의 보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1일 토요타로 촉발된 자동차 품질문제에 대한 그룹차원의 대책마련 회의를 주재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정 부회장은 지난해 체코공장 준공식을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치렀고, 이달 초에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 세계 언론과 글로벌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회사의 경영 방침과 미래 계획을 소개했다. 그룹 내 위상이 예전 정몽구 회장을 보필하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대표이사 선임 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 역시 이 같은 정황을 헤아린 결과로 해석된다. 3세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이사 등극이라는 무리수를 두기에는 시점이 이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3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판매를 진두지휘하며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결과”라며 “앞으로 책임경영을 하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는 주총 뒤 열린 이사회에서 공동 대표이사에 정몽구 회장, 양승석 사장, 강호돈 부사장 등 3명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지난해 8월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은 등기이사 선임에 따라 책임경영에 힘을 받게 됐다.

또 임기가 만료된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등기이사에 재선임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등기이사진은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양승석 사장·강호돈 부사장 4명으로 재편됐다.

이밖에 임기가 만료된 이선, 김동기 사외이사 후임으로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2차관을 선임했다. 남성일 교수는 감사위원에도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사외이사진은 김광년·강일형·임영철·남성일·임영록 사외이사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신임 이사들의 임기는 2013년 3월11일까지다.

이사보수 한도도 전년보다 50억 원 늘어난 150억 원으로 의결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6년 3월 기존 이사가 7명에서 9명으로 늘면서 보수한도를 7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올린 이후 4년간 보수를 동결했었다.

이번 보수 한도 상향 조정은 지난해 글로벌 기업 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군 것에 대한 보은 성격이 짙다. 재계 맞수인 삼성이 같은 이사 숫자에도 보수가 500억 원이 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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