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시대를 쟁취하지 않는 20대, 40대?50대를 낭만적이라고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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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서울대 캠퍼스의 쌍쌍파티
1970년대 서울대 캠퍼스의 쌍쌍파티
1970년대 서울대 캠퍼스의 쌍쌍파티

 

'5포 세대', '낭만 없는 세대', '영혼 없이 사는 세대'라는 말을 듣는 현재의 20대. 그들은 취업난을 뚫기 위해 명문대 졸업, 자격증, 어학, 봉사활동, 공무원 시험, 취업스터디 등에 치여살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는 근성이 없어, 정신력이 부족해"란 속없는 말로 청년들을 섭섭하게 한다. 어른 앞에서 차마 뭐하고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뒤돌아서서 내뱉는다 "취업으로 고생해보지도 않은 주제에!"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젊은시절은 낭만 그 자체다. 경제는 나날이 성장하고, 선진국 진입이 멀지 않아 보였으며, 학생들은 다방 구석에 몰려앉아 철학과 문학, 음악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하고,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연애를 할 수 있었고, 운동권에 가입해 학생 때부터 정치활동을 하고, 그러면서도 졸업할 때 아무 곳에나 이력서를 내면 내는 족족 취업이 되는. 정말 꿈같았던 시절로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이 정말 그랬을까? 기성세대들은 오히려 젊은 세대가 지금처럼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자신들의 희생에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1970년대 지금의 40~50대가 보냈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중동에 진출한 건설사의 한국인 노동자들
중동에 진출한 건설사의 한국인 노동자들

 

70년대 한국은 경공업 제품 수출의 한계, 1차 석유파동 등을 거치며 박정희 정권의 정부 주도적 경제정책에서 한계를 맞았다. 간신히 1천 달러를 기록한 국민소득은 다시 9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매년 6~10%를 기록하던 높은 성장률도 오일쇼크의 벽에 부딪히며 4%대를 기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정희는 국가 기반 산업을 중화학 공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했고, 특히 건설업을 중동에 진출시켰다. 중동 건설을 통해 얻은 해외 수주액은 1974년엔 2억 6000만 달러, 1975년엔 8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중동으로 넘어간 노동자들도 한때 최고 2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중동까지 간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렸다. 7, 8월이면 기온이 섭씨 60도까지 올라가고 식용수엔 석회가 섞여 나오는 환경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10시간을 일했다. 휴무일은 한 달에 고작 이틀 있었고, 그나마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시간 외 근무를 밥 먹듯이 했다.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 줄 유흥거리, 오락거리도 하나 없었다.

 

근무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동자들
근무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동자들

 

한국에 남아있는 노동자라고 고생이 덜하진 않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했다. 전 열사가 사망하기 하루 전 경향신문은 하루 16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업체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이것이 한국에서 노동환경을 고발한 첫 언론 보도였다. 그만큼 당시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시달렸다.

이 기사는 높이 "1.6m밖에 안되는 2평 남짓한 작업장, 먼지는 가득한 공간에 15명을 몰아넣고 종일 일을 시켜 폐결핵, 신경성 위장병을 앓는 소녀들이 많다. 건강 검진은 커녕 노동자의 기본권리도 박탈당했다"라고 당시의 노동 환경을 묘사했다.

 

유신독재에 반대운동을 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
유신독재에 반대운동을 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

 

'낭만적인 1970년대'는 당시의 대학생 한정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010년 들어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현재의 대학생들과 달리, 1970년의 대학생 수는 1만 6000명에 불과했다. 청년 전체를 집단으로 잡았을 때 '쉽게 취업이 되고 낭만을 즐길 수 있었던' 대학생은 상당히 소수였다는 말이다.

또한 당시의 사회는 대학생이라는 지위만으로도 '지성', '지식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때였다. 그리고 당시 대학생들은 지식인으로서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소임을 다 하려고 노력했다.

최근 몇 년간 '40,50대 책임론'이 젊은이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모 대학 커뮤니티에선 "40~50대는 선배들이 이룬 업적을 등에 업고 성장기에 쉽게 부와 권력을 획득했다. 이제는 우리 세대에게 사다리 차기를 한다" 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부조리한 정치 상황이 386세대의 탐욕에서 나왔다는 선동적인 주장엔 동의하기 힘들다. 왜 시대의 기조를 특정 세대에 대한 분노로 표출해야 하는가? 1970년대는 완벽한 시대가 아니었으며, 지금의 386세대는 자신들의 시대가 가진 모순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현실의 어려움에 절망해 시대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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