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카뮈가 설명하는 부조리속 8인 리스트 작성하고 자살한 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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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에세이에 등장하는 비참한 영웅 시시포스
카뮈의 에세이에 등장하는 비참한 영웅 시시포스
카뮈의 에세이에 등장하는 비참한 영웅 시시포스

 

자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상이나 종교는 거의 없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자살은 그 자체로 죄악이며 자살한 자의 영혼은 죽은 뒤에 더한 고통을 받게 된다고 한다. 오직 '선'의 총합 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공리주의 학파에서도 "자살이 사회의 선을 늘릴 수 있다면 인정할 수 있다" 라고 조건부의 인정을 하며, 자유지상주의자들도 '자기결정권'의 보장으로서만 개인의 자살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 방법으로서의 자살은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한다. 우리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에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에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죽음으로 회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인 알베르 카뮈는 자살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진지하고 철학적인 사고의 과정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한 이후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물음이 철학의 시작으로 자리 잡았고, 자신이 더 살아갈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 어떤 사고보다도 깊은 성찰을 하게 했다.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인간의 선택지는 '희망'과 '죽음' 두 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망을 선택할 경우엔 삶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조금 더 버틸 테고, 죽음을 선택할 경우 가차 없이 목숨을 버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한 가지 전제가 있다는 것을 종종 잃어버린다. 그것은 삶에 필연적으로 부조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제3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습관적인 삶이다. 이 삶은 '희망'의 삶과 살아있다는 점에선 같지만 '부조리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선택을 할 경우 인간은 하루하루 비극적 운명에 반항하며 부조리한 삶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카뮈는 이 3번째의 선택을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자살로 목숨을 끊는 것도 아니고 희망이란 이름으로 스스로를 속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는 여기에서 영웅을 한 명 소개한다. 그는 시시포스다. 인간 주제에 신들의 비행(非行)에 관여한 죄로 타나토스(죽음)과 대면한 그는 갖은 기지로 죽음마저 속이고 능멸한다. 결국 그는 '느리게 흐르는 강물과 볕빛이 되비치는 바다와 금수 초목을 안아 기르는 산과 날마다 새롭게 웃는 대지' 속에서 행복하게 천수를 누린 후에야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 죄로 시시포스는 명계에서 끝없이 산 정상에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이지만 카뮈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시시포스의 산정(山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란 것이다.

무력하지만 반항적이지만 명철한 영웅인 시시포스는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알면서도 신에 대한 반항을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신, 비극적인 운명에 복종하지 않고 살아남에 인생을 영위하는 인간의 강한 투쟁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회장은 자원외교를 통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사실이더라도 그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좌절되자 한순간에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유서에는 부조리속 인생의 흔적으로 8인의 이름을 남겼다. 카뮈는 자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죽더라도 화해하지 않고 죽는 것이지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자살은 삶의 진가를 모르는 자들이 저지르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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