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막말 논란'은 거들었을 뿐, 대학의 본래 역할 찾아 싸워 온 중앙대학교 교수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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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두산과 함께 찾아온 중앙대의 호시절

중앙대학교의 재단이 두산그룹으로 교체된 것은 2008년의 일이었다. 세계 500대 기업에 들 정도로 재력이 있는 대기업의 후원에 교내 분위기는 희망적으로 바뀌었고, 중앙대에 대한 수험생들의 선호도 높아졌다.

중앙대 측에 따르면 두산 재단 영입 이후 입시에서 중앙대 입학 경쟁률이 높아졌으며, 신입생들의 입시 점수 평균도 10점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입학 희망자도 늘어 2009년 수시모집에서는 6만 3천 명, 2010년 수시모집에서는 그보다 44.7% 증가한 9만 1천여 명이 지원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기대한 대로 재단의 투자는 행정, 홍보, 장학금 등 다방면에서 늘어났다. 중앙대는 2008년 5월 이후 580억 원 규모의 전입금을 확충했고, 시설투자비는 1260억 원도 확보했다. 기숙사와 경영경제관 신축에 배정된 기금은 무려 2000억대에 육박했다. 두산 재단의 인수는 분명 중앙대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용성 전 이사장과 이용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김누리 비상대책위원장
박용성 전 이사장과 이용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김누리 비상대책위원장

?  그렇게 잘 해준 나를 왜 쫒아내는거야?

그런데 22일 중앙대학교 이사장이던 박용성 전 두산그룹 부회장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지난 8년간 그가 중앙대학교에 심으려 했던 '대기업식 사고'는 잇단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박 전 이사장은 학교 발전과 경쟁력 육성이란 미명하에 대학을 '구조조정'한 것이 반발의 원인이었다.

두산 창업주 박두병의 삼남인 그는 30대 초반에 한국투자금융의 상무가 되었고, 동양맥주의 대표이사, 두산그룹 부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등을 역임한 뼈굵은 경영인이다. 그는 철저하게 기업가적인 시선으로 중앙대를 바라봤다.

이사장직에 취임한 뒤 그가 첫 번째로 추진한 것은 '총장 직선제 폐지'와 '교수 성과급 연봉제'였다. 두산 측은 교수들의 역량 강화와 소모적인 교수 간 파벌 다툼, 총장 선출에 드는 소요를 줄이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교수들은 '비 민주적인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거침이 없었다. 박 전 이사장은 "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살 수 있지만, 대학은 좋은 입학생을 마음대로 뽑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기업 취직에 비교적 열세에 있는 학과의 통폐합을 추진했다. 이미 2013년엔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가 폐지되었다. 지난 2월엔 아예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학과의 고유 학문 영역을 부정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앙대의 구호 :
중앙대의 교칙 : "참에 살자"

?  '막말'은 거들었을뿐… 교수와 학생들은 오랫동안 싸워왔다

박 전 이사장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의 '막말'에 있었다.

그는 학내 이메일을 통해 교수들에게 "학과 통폐합 비대위 교수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공지했으며, 이어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라고 적었다. 비대위를 '화장실 비데' 혹은 '조두(鳥頭)'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박 전 이사정의 언사는 한계에 다다랐던 교수들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중앙대 교수들은 막말 파문과 관련해 "박 전 이사장이 법적 책임을 지고 이용구 총장도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학판 조현아 사건이다. 우리는 대학 정신에 입각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역시 "중앙대는 기업이 학교를 쑥대받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 중앙대의 학문적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어차피 중앙대를 포함한 대다수의 대학은 죽는다"며 대학의 자멸을 예견하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중앙대의 결단이 대학의 자정작용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동안 학생 유치와 졸업생의 취업 홍보, 재원 마련에만 급급하던 대학이 자본 논리에서 벗어나 지식인 육성과 순수 학문의 연구라는 본래 역할을 인식한 사례라는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은 막말 논란으로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지만, 심판의 배후엔 대학은 기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담겨있다. 대학의 본 역할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의 인격의 함양과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문을 육성하는 것에 있다. 교수를 공장에, 학생을 제품에 비유하는 기업가적 마인드는 대학의 구조는 효율적으로 변화시켰을지는 몰라도 본래 역할인 교육은 비정상으로 만들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자본의 수혜에도 불구히고 재단의 오너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대학의 역할에 정당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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