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올해도 어버이날 선물은 현금 봉투… 자식의 의무 대신 사랑과 정성 나누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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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로 현금 봉투... 괜찮은 걸까?

한 기업에서 어버이날 선물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했다. 5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받고 싶은 어버이날 선물'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현금이 1위 (56%)를 차지했다. 19세 이상 성인남녀 950명을 대상으로 한 '어버이날 선물 계획' 설문에서도 현금 선물은 61.7%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현금을 어버이날 선물의 대세로 봐도 될 것 같다.

현금 선물은 편하다. 특별히 준비할 필요 없이 빳빳한 돈과 종이봉투만 있으면 된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안심이다. 다만 기념일 선물로 현금을 선물하는 건 어버이날에만 가능하다. 연인 간 기념일이나 친구 생일에 현금을 선물 하는 건 상대방을 서운하게 할 수도 있다. 선물은 물질이지만, 선물을 만들거나 고르느라 고민하는 과정엔 정성이 담긴다. 받는 사람도 선물 내용에 앞서 주는 사람의 정성에 감사한다.

그럼 왜 어버이날에 유독 현금 선물이 오가는 걸까? 장년층도 갖고 싶은 건 있다. 최근 쇼핑트랜드에서 장년층은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패션용품이나 아웃도어 의류, 운동기구와 관광상품 등 취미 관련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장년층 부모 대부분은 필요한 게 없냐는 자녀의 물음에 갖고 싶은게 없다고 말한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고작 1~2만 원 하는 카네이션 꽃다발에도 뭘 이런걸 사오냐고 말하는게 부모다. 선물받는걸 좋아하고 기대도 하지만, 자녀에게 받고 싶은 걸 말하는 건 어렵고 부담스럽다.

반면 자녀들이 현금 선물을 하는 이유는 부모님이 어떤 선물을 좋아할지 잘 모르는데 있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 선물을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장년층 취향이 익숙하지 않고,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는 지도 잘 모른다. 가격도 비싸 함부로 구매할 수도 없는데, 기껏 골라와도 부모들은 "뭘 이런 걸 사 왔냐"라며 별로 좋아하시는 것 같지 않다. 결국 올해 어버이날 선물도 현금 봉투가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은 탄생 순간부터 함께 한 가장 밀접한 관계지만, 동시에 심리적 거리감도 있는 사이다. 모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부모님께 하기 가장 힘든 말로 "사랑해요"와 "고마워요", "고민 있어요"를 꼽았다고 한다. 부모 역시 자식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두려워한다. 때로 서로 의지하는 걸 두려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속마음을 꺼내는데 어색하다. 부모님께 쥐어드리는 돈봉투도 선물이라기보단 의무에 가까운것 같다.

친구, 연인과 달리 부모와 자식 관계는 영원하다. 하지만 영원한 관계가 곧 친밀한 관계가 되는 건 아니다. 최근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고독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자식은 있지만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연락이 전혀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때 그 애 한테 좀 더 따뜻하게 말해줄걸", "그렇게 다그치지 말 걸" 하고 후회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는 거다.

그러니 올해만큼은 부모님이 정말 갖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집요하게 물어보자. 그렇게 대화의 물꼬를 틀다 보면 몰랐던 부모님의 고민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공기청정기가 갖고 싶다는 아버지와 한참을 이야기 한 뒤, 아버지가 그동안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계 된 사례도 있었다. 효도는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올해만큼은 자식이란 의무감 대신, 효자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로 부모님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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