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곽정은, 장동민, 여성시대를 둘러싼 성차별과 이성 혐오.... '이갈리아의 딸들' 부터 시작된 절충없는 폭력

-

? 남자가 지독한 성차별을 당하는 나라 '이갈리아'

어딘지 모르는 곳에 있는 나라 이갈리아, 그곳의 성(性)은 조금 특이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 능력이 월등하다. 체력도 좋고 완력도 세다. 그 탓에 남자들은 꼼짝 못한다. 언제나 조신하게 행동해야 하고 사랑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술 취한 한 무리 여자들로부터 지독한 성회롱을 당한다. 그 장면은 여느 범죄와 마찬가지로 끔찍하게 묘사된다. 탈진한 페트로니우스는 바닥에 쓰러져 눈물 흘리지만 여성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즐긴다. 온갖 모욕적인 말과 욕설이 지나간 뒤, 주인공은 혼자 남아 임신을 걱정한다.

짐작했겠지만 이갈리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다. 책과 영화를 통해서만 엿볼 수 있는 이 나라는 남성 독자들에게 "역겹다.", "상상도 하기 싫다."란 감상을 남겼다.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는 사회라니, 익숙한 개념은 아니었을거다. 그러나 성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 <이갈리아의 딸들>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 <이갈리아의 딸들>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여성들은 실제 남성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고, 그들의 가부장적 행동 역시 현실을 따라 한 것에 그쳤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 성별이 바뀌었을 뿐 성차별은 그대로 남아있었고, 성별 간 폭력과 억압, 부조리가 노골적으로 그려졌다. 상당히 잔인하게 묘사된 부분도 있어, 일부 여성 독자는 복수했다는 통쾌함에, 남성 독자는 모욕당했다는 충격에 몸을 떨었다. 저자 게르드 브란튼베르그가 이런 책을 쓰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립구도로 성 갈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성(性) 전쟁'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곽정은의 트윗
논란이 된 곽정은의 트윗

 

? 곽정은과 장동민의 사례... 민낮 드러난 이성혐오증

얼마 전 코스모폴리탄 에디터 곽정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택시기사가 '이쁜 공주님'이라고 칭한 데 대한 불쾌한 마음이 담긴 트윗을 올려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택시기사의 말은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것이었다.  "예쁜 여자가 왜 일을 하느냐"는 발언과 성인을 "예쁜 공주"라 칭하며 어리고 미성숙한 애 취급을 하는 건 가부장적 편견이 있는 행동이니까. 남자들 역시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귀여운 왕자님"이라고 부르면 소름이 돋는 건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대중은 곽정은이 '남성을 공격하는 여자'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 비난했다. "평소에도 남자 이겨먹으려는 게 눈에 보였다.", "쓸데없이 기만 세서 기분 나쁘다."라는 반응이 연달아 이어졌다. 곽정은은 이들의 폭력에 맞서 "불쾌감을 표현했을 뿐이다."라고 항변했으나, 비난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다.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는 악의적으로 장동민의 발언을 왜곡 편집해, '여성을 억압하고 피지배층으로 두려는 전형적인 남성상'으로 낙인찍었다. 장동민이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여성 시대란 단체가 장동민 개인을 적으로 규정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진짜인 것처럼 몰아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대중은 경악했다. 이후 이 커뮤니티가 상습적으로 남성 포르노 등 음란물을 유포하고, 남자 연예인을 성적으로 회롱하는 창작물을 제작했다는 점이 알려져 논란은 더 커졌다.

 

? 절충이 불가능한 남녀 대립 스펙트럼.... 이갈리아에 대한 아쉬움

이성(異性)이 경쟁과 대립 스펙트럼에 서게 된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어느 성이 사회적 우위에 서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쟁은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은 사상이나 종교와, 학력과 달리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만약 남성과 여성 중 한 성별이 우위에 서는 게 맞다고 판명된더라도, 반대의 성이 학습이나 노력을 통해 성별을 바꿀 수 없으며, 사회적 지휘를 향상할 수도 없다. 즉, 한 번 갈등 구도에 놓이면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으면서, 곽정은과 여성시대 사례를 보면서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는 거기에 폭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녀 갈등 역시 서로에 대한 부당한 폭력과 비방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폭력이지, 남성 혹은 여성이 아니다. 아무런 발전도, 이득도 가져오지 않는 이성 혐오증은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