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메르스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작게나마 희망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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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한 가운데 19일 오전 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간호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한 가운데 19일 오전 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간호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한 가운데 19일 오전 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간호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메르스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국 정부가 초기 대응은 늦었지만,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역학 조사로 대응했다."라는 WHO의 말은 다소 우습게 들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단, 외양간을 미리 고쳐두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망 24명, 확진 166명, 격리 5,930명이란 통계는, 후속 조치를 긍정 평가하기엔 아직 이를 정도로 숫자가 크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은 또 한번 무력감에 빠졌다. 정부는 변한 것 없는 무능한 행보를 보였고, 기업은 이기적으로 행동했으며, 시민은 감염에 부주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 붉은 신호만 보이던 경제 전망엔 악재가 겹쳤으며, 특히 부족한 시민의식과 안전불감증이 불거지며 또 한번 "한국은 아직도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라는 자기반성을 되새김질하게 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다. 메르스 격리자는 전날보다 799명이 줄어 12%나 감소했다. 최근 이틀 새 메르스의 기세는 주춤해졌고, 신규 확진자 수 역시 고작 1명에 그쳤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에 들며 이기적이던 우리 모습에도 변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발병 초기 클라우드 시스템 개발 업체 '데이터 스퀘어'는 서울대학교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과 협력해 '메르스 확산 지도' 웹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지도는 메르스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정보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일조했다. 대중의 활발한 제보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국민이 스스로를 지켜낸 셈이다.

☐ 스스로를 지킨 국민, 정부와 지자체, 군과 기업도 변하고 있다.

정부와 행정조직도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여파 극복을 위한 경기 보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매출과 예산을 걱정하느라 대응에 늦었던 초기에 비하면, 우선순위를 제대로 포착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도 "무엇보다 메르스 종식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정부의 미진한 대응을 사과했다.

지역 행사 무산 등 피해를 입은 지방자치단체도 질병 종식과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경제적 부담으로 메르스 치료 거부하는 환자를 방지하고자 진료와 치료비를 시 예산으로 집행한다고 발표했고, 경상북도는 '경제 활성화 TF'를 가동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피해업종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과 같은 군 단위 자치단체서도 격리자에게건강식단을 제공하는 등 자발적 노력을 하고 있다.

군은 예비역과 현역 간호장교를 동원해 민간 의료시설을 지원하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으며, 향후 정부 요청에 따라 대규모 인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기업의 태도도 변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의 미진한 메르스 대처와 소속 의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표했으며, 이어 문제의 발원지인 삼성병원이 메르스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 신라 호텔은 확진 판정 환자가 투숙했었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영업을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창원 SK 병원은 외래 진료를 했던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환자로 판정을 받자 자발적으로 병원 건물 전체를 폐쇄해 시민의 격려와 성원을 받았다.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건 시민의식의 변화다. 초기엔 질병 창궐 경험이 부족했기에 감염자가 격리를 거부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사례가 발견됐지만, 이후 자정작용을 통해 공공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감염자의 마스크 착용, 외출 후 손 씻기, 시설 소독 등 위생 관념이 발전한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질병 대응 능력은 충분했다. 단지 경험이 없어 굳은 몸을 빨리 움직이지 못 했던 탓이다.  

☐ 국난 각계 각층이 단결해야 극복 가능... 하루빨리 사회 정상화 해야

한국사에서 국난 극복 사례를 보면 계급, 계층을 막론한 전 국민적 참여가 성과를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 갖은 외침에서 양반 상민, 아낙, 종교인까지 국가 수호를 위해 싸웠으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기꺼이 재산을 내놓을 줄도 알았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이 헌납한 금 227톤은 국채를 갚아 나라가 회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사리사욕을 챙기려 눈에 불을 켜는 인간들이 있다. 호란을 피해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선조 같은 임금도 있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쌓은 재산을 유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한 자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자들을 감시하고 심판해야지, 무력감에 빠져 위기에 발이 묶이면 안 된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국민 단결로 메르스 피해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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