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세 모자 사건'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달 6월 25일 이스탄불에 사는 한 터키 지인을 통해서였다.
"한국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이야. 지지(Support)좀 해줘"라는 말과 함께 그녀가 전송한 링크에 접속해보니 "나는 더러운 여자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정말로 영화 같은 사연이 적혀있었다. 이 긴 글을 어떻게 잃었냐고 물어보니 영어로 번영된 페이지를 하나 더 보내줬다. 이미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사건에 분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게시자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남편에게 성폭행당하고 윤락을 강요당했다. 두 아들도 같이.
2. 친정 식구는 남편을 좋아해 내편이 없다. 언니는 남편과 동침까지 하는 부적절한 관계였다
3. 남편은 피해자의 명의로 금융업무를 하는 등 자신을 철저히 숨겼다.
4. 남편은 성매매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멤버며, 그 성매매 집단의 규모는 전국적이다.
5. 작년에 남편을 신고하고 이혼 소송을 걸었으나, 사법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조사 한 법 받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 취급을 받았다
6. 자신을 성폭행한 10여 명을 신고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무죄 판정을 받았다.
7. 나(피해자)는 죄를 달게 받겠으나 아이들은 살려달라.
☐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끔찍한 사건?.... 선동이었을 뿐
성서에 등장하는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떠오를 정도로 충격적인 사연이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 글엔 사건 경과와 배경은 생략되고 피해자가 주장하는 현상만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문이 줄줄이 떠올랐다. 친정부모가 남편 말만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 명의로 금융 계좌를 만드는 게 남편에게 과연 안전한 일일까? 경찰이 죄인 취급한 근거는 왜 안 적혀있지? 언제부터 거짓말탐지기가 증거자료로 인정이 됐지? 보통 성매매는 적발 위험을 줄이려고 소규모로 운영하는데 왜 굳이 카르텔 만들었을까? 대규모 카르텔이라면서 피해자로 언급되는 건 왜 세 모녀 뿐이지?
문체 자체도 상당히 거칠었다. 성매매, 윤락, 흥분제, 성관계 등 자극적인 단어를 중심으로 문장이 연결돼 있고, 나머지 부분은 서술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체 툭툭 끊어져 있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전체이고 논리적인 상황판단보단 반복된 단어를 통해 고착화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우선하는 글이었다. 피해자의 호소문이라기보단 선동문에 가깝다는 생각에 영 께름칙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왜 이런 끔찍한 일이 기사화되지 않느냐?"라는 의문과 함께, "허 목사(피해자 남편의 아버지)가 큰 교회를 가지고 있어 고위층과 결탁돼있다." 라는 말이 퍼져있었고, 허 목사에 대해 찾아보니 60년대에 성범죄 관련 기록이 있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뭐라 반박해야 할지도 혼란스럽고, 외국인에게 문맥에서 오는 느낌을 설명해주는것도 힘들어 그냥 "Oh Terrible..."하고 대화를 마쳤다.
이후에도 '세 모녀 사건'은 온라인을 표류하며 크기를 불렸다. 분개한 네티즌들은 이 글을 영어, 불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미국 백악관, 중국 웨이보에까지 서명운동을 벌였고, 백악관 페이지에서만 15만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내 널리 퍼졌다. 지방에 큰 교회를 갖고 있다는 허 목사는 의료계와 대기업은 물론 정부에까지 강력한 인맥을 둔 거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의해 세 모자 사건이 취재되고 방영될 때 까지만 해도 진실인 것만 같았다.
'세 모녀 사건'일당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의 사연은 기대 이상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 비결로 '고위층에 대한 불신'에 자신을 이입했다는 해석이 있다. 특히 공권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심각한 수준인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라는 주장을 받침 하는 어떠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점점 커져 개신교, 정치인, 의사, 여당, 정부, 대통령까지 일파만파 번져갔다. 이미 '허 목사'란 인물은 그의 배경이나 인생과 전혀 관계없는 '고위층으로서 상징적 인물'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라던 남편, 즉 허 목사의 아들이 피자 배달부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밝혀지고, 한참 감정 이입하던 세 모자 일당이 방송에서 상식에 벗어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허 목사 가족을 향한 대중의 마녀사냥은 빠르게 막을 내리고 없었던 일처럼 조용히 굴고 있다. 마치 아무런 책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 속았다고, 좋은 일 하려 했다고 변명해도... 책임은 돌아온다
히틀러의 선전부장이자, 선동으로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인물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나치 동일 패망 직전 당원에게 "당신들이 저지른 일이니, 당신들은 곧 목이 잘릴 것이다."라며 비웃은 적 있었다. 히틀러와 나치당의 최후를 그린 영화 '몰락(Down Fall)'에선 이 에피소드를 좀 더 극적으로 각색했는데, "난 국민을 동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한번도 우리를 뽑으라고 강요한 적 없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우리에게 정권을 위임했기에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뿐이다."라는 대사를 악마를 연상케 하는 표정으로 내뱉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에피소드는 비판 없이 선동에 넘어가는 대중은 언젠과 자신의 선택에 책임 지게 됨을 환기한다. 세 모자 사건을 일파만파 퍼뜨리고 허 목사에 대한 추측성 음해를 한 수많은 네티즌은 명예훼손으로 당장 고소장을 받아도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좋은 일에 기여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변명하겠지만, 세모자 일당의 주장에 동조한 것, '허 목사'와 그의 가족들이 입은 피해의 가해자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반성하고 각성해야 할 일이다.
대중은 이 사건에서 고위층의 부패를 비난했지만, 대중을 선동한 건 세 모녀 일당이었다는 점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만약 선거였다면 그들은 부패한 정치인의 손을 들어 준 셈이 된 거다. 욕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을 선출했음을, 선전 선동에 휘말렸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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