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수저 하나로 계층을 말할 수 있는 사회

-

식기 하나만 가지고도 계층을 말할 수 있는 사회

'금수저',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 자식으로 태어나 날 때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을 칭하는 단어로, 조롱과 자괴의 뉘앙스가 강하다. 부모의 부를 등에 업고 호위 호식하는 일부 부유층 자제에 대한 열등감과, 노력해도 계층 상승을 이루기 힘든 사회구조에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금수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은수저', '스뎅 수저', '놋수저' 등 파생어까지 만들었다. 은수저가 중산층, 스뎅 수저가 서민층, 놋수저가 저소득층에 대입되는 용어라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수저 하나만 가지고도 계층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계층상승 사다리'현상이라 이름붙이고 세대간 인식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각 연령별 경험한 시대상과 현 상황에 따라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 이동 경직 인식.. 30대가 가장 부정적으로 응답

우선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전체 응답자 비중은 2013년 75.2%에서 2015년 81.0%로 크게 상승했다.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9.0%에 불과했다. 사회 전반에서 계층 이동이 경직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거다.

2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생계부담이 적고, 좋은 직장을 얻어 계층이 상승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부정적 응답이 70.5%에서 80.9%로 10.4%나 상승하는 등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청년 실업률이 2013년 8.0%에서 2015년 10.0%로 크게 상승했을 뿐 아니라,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29.7%에서 30.9%로 증가한 탓에, 계층상승 인식이 크게 악화된 탓으로 판단된다.

30대는 부정적 응답 비율이 2013년 80.2%에서 2015년 86.5%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계층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연령층임이 확인되었다. 이들은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독립 가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주거비와 보육비 부담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며 계층상승 인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연령층은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주거비(68.1%)를 꼽았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부동산 가격 급락을 직접적을 겪은 세대라 하우스푸어로 추락한 비율도 높으며, 소득 및 자산 형성에 어려움을 겪어 계층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40대는 계층상승 인식이 2013년 76.6%에서 2015년 81.8%로 증가해 전체 평균보다 조금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구소득은 높은 편이나 주거비 부담과 교육비 부담으로 계층상승을 실현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의 월 가처분 소득은 약 469만 원으로 응답자 평균인 428만 원보다 많지만, 높은 교육 보육비 비중으로 인해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계층상승 인식이 평균보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980년대 사회에 진출해 고도성장을 경험한 세대로, 개개인이 노력만 한다면 계층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이들은 월 가처분 소득이 516만 원으로 응답자 평균보다 많으며, 순자산도 5.5억 원으로 응답자 평균인 3.3억 원을 크게 상회했다. 다만 퇴직으로 인한 소득감소와 노후준비에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다. 중산층 수준 삶을 누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비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53.1%)

60대는 계층상승에 인식이 가장 높게 나타난 세대로 부저응답이 69.9%로 가장 적었다. 이들은 해방 전후에 태어나 1960~1990년대 고도 성장기를 경험했으며, 월 가처분 소득은 286만 원으로 응답자 평균을 크게 밑돌지만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적어 계층상승 인식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일자리 특성별로는 자영업자보다 임금근로자 계층상승 인식이 더 빠르게 악화되었으며, 전문직과 고위 공무원 등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계층도 계층 상승 인식이 악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득 수준별 분류에선 월소득 3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에서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률이 가장 낮았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