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혼 사유에 '성격 차이' 별로 없다...대부분 운행 대출과 채무 등 돈 문제에서 비롯해

-

재산 분할시 채무 상관없이 양쪽 재산 합해 기여도 따라 나눠

A(47·여)씨와 B(52)씨는 24년 전에 결혼해 슬하에 아들 둘을 뒀다.

이들의 부부관계는 결혼 초부터 삐걱거렸다. 아내 A씨는 남편이 생활비와 자녀교육비 등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불만을 품었고, 남편 B씨는 아내가 화장품 방문판매원 등의 일을 하면서 빚을 지는 등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생활을 등한시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갖고 자주 다퉜다.

그러다 7년 전 A씨가 B씨의 대출 위임장을 위조해 금융회사에서 7천여만원을 대출받은 사건으로 둘 사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후 A씨는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고 두 사람은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했다. 이듬해부터 A씨는 수시로 외박을 하면서 B씨가 없을 때에만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만났다.

부부관계가 파탄 나면서 두 사람은 외도하기 시작했다.

B씨는 2013년 다른 여성과 모텔에 갔다가 이를 눈치 챈 A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모텔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 A씨는 B씨와 상대 여성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집에서 나와 별거하기 시작했다.

B씨 역시 A씨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던 중 A씨가 다른 남자와 모텔에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 경찰과 함께 객실로 들어가 증거물을 수집, 간통 혐의로 고소했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혼인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이 쌍방에게 있고 그 정도가 대등하다며 이혼을 허가하고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재산유지·증식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A씨 45%, B씨 55%로 결정됐다.

A씨에게는 채무가 3천여만원, B씨의 순재산은 2억8천여만원이었지만 두 사람의 재산을 합산한 뒤 분할 비율에 따라 나누자 B씨가 A씨에게 1억3천여만원을 주게 됐다.

두 사람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C(55·여)씨와 D(57)씨 부부의 이혼에도 경제적인 문제가 주요 요인이었다.

25년 전 결혼할 당시 아내 C씨가 모은 돈으로 집을 임차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3년 뒤 C씨가 직장을 그만두며 받은 퇴직금과 금융기관 대출금 등을 합해 빌라 한 채를 사들였다.

12년 뒤 이 빌라를 재건축하면서 그 비용을 은행에서 C씨 명의로 대출했고 이후 이 채무의 이자 지급이 연체되는 등 경제적인 문제가 커지면서 다툼이 잦아져 D씨가 집을 나갔다.

D씨는 이 빌라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1억3천만원을 대출받아 은행 채무를 갚고 나머지는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썼다. C씨는 결국 지난해 이 빌라를 팔아 채무를 모두 갚고 나머지 돈으로 전셋집을 구했다.

C씨는 D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D씨는 C씨를 상대로 이혼과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집을 나가 일방적으로 별거를 시작한 D씨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D씨가 C씨에게 위자료 1천만을 주라고 명했다.

그러나 재산분할 비율이 C씨 70%, D씨 30%로 결정돼 C씨는 남은 전세보증금 1억7천만원 중 5천100만원을 빼 D씨에게 주게 됐다.

2012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 청구는 2011년에 1만4천31건으로 전체 이혼 소송의 12.4%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사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이 훨씬 늘어난 추세라고 법조계 관계자들이 전한다.

서울가정법원 장진영 공보관은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은 협의이혼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협의이혼은 법원이 이혼 사유를 자세히 묻지 않기 때문에 관련 통계를 내기는 어렵다"며 "여러 이혼 소송을 보면 경제 문제가 이혼의 주된 원인들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