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개혁 닥달하는 정부,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30대 그룹 계열사 378곳 중 212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도입률 56%를 기록했다. 내년 60세 정년 연장을 앞두고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데다, 정부에서 각종 지원책 등을 발표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노동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도 상당수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를 달갑지 않게 바라본다. 공공기관에 근로하는 노동자까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정부 발표에, "정부는 경영평가와 상여금을 앞세워 공공기관 노동자에게 임금피크제를 강요하지 말고,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하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자 입장에선 임금피크제로 총 고용률은 상승할지 모르지만 총 임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적은 비용으로 고용인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여기기도한다.
임금피크제는 연공서열과 근로자 생산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논리에서 시작했다. 정년을 60으로 설정했을 때 50대 후반인 노동자가 30~40대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건 보편적 현상이나,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 탓에 고령자일수록 임금 수준은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은 자연히 30~40대 중년 인력을 선호해 비중을 늘리게 되고, 20대는 취업이 어려워지며, 장년층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개인별 노동 생산성이 정확히 측정된다면 연령에 의한 소득 차별은 발생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기업 이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모든 요인을 객관적 지표로 측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생산성 중 일부 요인만을 측정 대상으로 하는건 적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지표에서 제외된 활동이 소득적으로 이뤄져 오히려 이윤이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서 간 경쟁이 치열해져 협동이 깨지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임금피크제 역시 사회 초년생과 장년층이 30~40대 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가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론상으론 임금피크제로 인해 기업은 더 많은 노동력을 확보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으며, 청년층은 취업문이 넓어지고, 장년층은 정년까지 직장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다. 중간관리직에 있는 중년층도 인력이 늘어 좀 더 여유 있게 업무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임직원 동기부여에 미칠 영향을 간과해선 안된다. 임금 수준이 동기부여에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공정한 대우와 인간적 의사소통은 노동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기업에서 임금이 낮거나 줄어든다는 건 고용자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공정한 업무 능력 평가에 의한 것이 아닌, 그저 일정 연령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임금을 줄일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능력이 뒤처지지 않았음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임금피크제는 공산주의 체제는 기업이 법률상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임금이 능력이 아닌 분배 논리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은 과거 구 공산권 국가의 몰락으로 증명된 생산성 하락 문제를 연상케 한다. 임금피크제 단계별 임금 삭감폭은 50~60%다. 한 달 만에 기존 임금의 반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업무에 몰두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간다.
정부는 '개혁'을 강조하며 재계와 손잡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아직 문제가 많은, 숙고해야 할 정책이다. 시행되면 세대를 거쳐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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