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기업 노조 파업으로 쟁취한 인건비 5년 동안 50%↑... 생산성은 일본 절반

-

'최근 5년 인건비 50% 상승... 경직적 노동시장의 댓가

주한외국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가 선결과제란 주장이 제기됐다.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강성노조와 경직적 노동환경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9월 17일(목) 오후 2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GM, 노사협상 타결위해 5년간 인건비 50% 이상 증가 대가 치뤄

이날 좌담회에서 한국 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최근 2년 간은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했다"면서도 "아직도 노사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협상 타결을 위해선 임금인상을 대가로 치룰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GM은 지난 5년 사이 인건비(labor cost)가 50% 이상 증가하는 걸 대가로 치룬 셈"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 GM의 전체 생산비용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호샤 사장은 "한국 GM의 생산비용은 이 회사가 설립된 2002년 대비 2.39배(2014년 기준) 가량 상승했다"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1.4배 상승한 것을 볼 때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물량이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도 그는 경고했다. 지난 2002년 한국 국내 자동차 생산비중은 95%, 해외생산(OEM)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 해외생산 비중이 국내생산을 추월한데다가 지난해에는 해외생산 55%, 국내생산 45%로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낮은 생산성 문제도 심각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의 평균 생산성(HPV)은 26.4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미국 GM 23.4시간에 밀리는 실정이다. 더욱이 인당 매출액에 있어서도 한국 자동차업계(평균)는 747백만원으로 도요타 1594백만원, 미국 GM 968백만원에 비해 낮았다. 특히 도요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는 "한국은 탄소배출 규제 등 자동차 산업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 때문에 고비용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생산성 절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카코리아, 한국 법인 철수까지도 검토... 민노총 산하 노조 때문
美 본사, 한국 기업 인수 시 최우선 검토 사항 '노조 유무'

한편 미국계 산업용장비 생산업체인 파카(Parker Hannifin Corporation)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파카코리아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노조의 이미지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파카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투자해 사업장 4개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전 사업장에 20% 가량의 구조조정 단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업장 네 개 가운데 하나의 상황이 문제였다. 이 사업장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었는데, 민주노총 지시로 노조가 구조조정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법원에서 정리해고 무효소송이 진행되었고, 회사가 승소했지만 여기에 소요된 기간만 4년이었다.

이후 미국 본사에서는 파카코리아 법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고, 이후 한국에서 기업인수 검토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노조 유무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한국 투자의욕은 감퇴된 반면 경쟁국인 대중국 투자만 늘리는 형국"이라며, "추후 노조 문제가 재발될 경우 본사에서 철수 등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검토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인도 라자스탄州, 노동규제 완화로 일자리 늘어... 다른 주도 규제완화 경쟁 가세

이날 세미나에서 비크람 도라이스아미 주한인도대사는 노동시장개혁에 대한 인도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라자스탄주 사례를 들었다. 이 주는 최근 1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노동관련 법규를 단순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인도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라자스탄주에서는 300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기준을 '근로자 10인 이상'에서 '20인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밖에도 근로자 채용이나 연장근로규제 단순화나 노동법 등에서 사업주 처벌조항을 철폐하는 등 각종 규제개선책을 도입했다고 그는 전했다. 라자스탄주에서 일자리가 느는 등 효과를 거두면서 기타 주정부들에서도 경쟁적으로 노동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노사정이 1년 여에 걸쳐 합의를 이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유연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체화하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또 "이태리, 스페인 등이 추진한 노동개혁이 성과를 보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며, "청년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을 비롯해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인도대사, 에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유시탁 전 파카코리아 대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