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소비로 윤리를 바로 세운 '착한' 제품들.. 고객으로부터 호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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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윤리를 바로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소비는 개인의 만족감 충족을 전제로 한다. 만약 절대적으로 이타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면, 그 경제 주체는 무소유에서 오는 행복을 완벽하게 깨달은 자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선악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기심이 이타적 행동을 부르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착한 마케팅은 고객에게 무조건적인 선행을 요구하진 않는다. 현수막에 "착한 사람이 되세요."라고 적어 걸어두는 건 쓸데없는 참견이나 잔소리로 느껴질 뿐이다. 오히려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질 수 있는 키워드를 제시하는 게 더 잘 먹힐 때가 많다. 때때로  '애국심'이나 '정의', '희생' 등 숭고한 명분이 함께하기도 한다.

최근엔 일본과 과거사 문제로 외교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위안부 할머니나 독도, 군함도 강제 징용 등을 키워드로 하는 마케팅이 큰 힘을 얻었다. 일제시대의 아픔은 시대를 초월해 전 세대가 공유하는 감정이며, 되새길수록 다시는 재연되면 안 되는 비극이란 걸 깨닫게 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의류 브랜드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주제로 한 맨투맨 셔츠를 제작했다. 전면에 적힌 54란 숫자는 해방 후 신고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7명 중 단 54명만 생존해 있음을 의미한다. 마리몬드는 "만약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면 우리는 그녀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져 역사의 슬픔에 공감하고 참여하길 유도했다.  

크라우드 펀딩 포털을 통해 자금을 후원을 요청한 마리몬드는, 목표 금액 500만 원을 훌쩍 넘은 11816만 원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 이 셔츠의 수익금 일부는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됐으며, 일부는 해외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복지 기금으로 전달됐다.

마리몬드는 이전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원예 심리 치료'과정에서 꽃을 눌러 만든 미술 작품을 모티브로 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작해 판매한 적 있었다. 이 제품은 가수 수지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알려져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세월호 1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스마트폰 케이스
세월호 1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스마트폰 케이스

 

'독도 보틀'은 독도 프린트를 텀블러 위에 새긴 것 만으로도 2,0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세계인에게 '분쟁의 섬'으로 여겨지는 독도를 아름다운 생태계를 보존하는 대한민국의 스토리로 풀고 싶었다는 제작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며 독도박물관, 독도관리사무소 등 관련 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외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4월 16일을 테마로 한 스마트폰 케이스도 큰 호응을 받았다. 세월호 사고 1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이 케이스는, 현대인이 항상 곁에 두는 스마트폰에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입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었던 인재가 잊히지 않기를 기원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수익금 역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기금으로 쓰였다.

소비자들은 소비가 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품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개인이 돈을 쓰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 소비가 모여 윤리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낳는 과정에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고객은 "드디어 참여했네요! 이렇게 좋은 일에 함께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오히려 판매자에게 감사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어쩌면 소비 행위가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 제멋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인간의 모순된 점이 사회적 선순환을 이루도록 고민하는 게 더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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