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 출판사는 정말로 숟가락을 올려놓으려 했는가?
지난 2008년, 국방부가 '군내 불온서적' 23종을 지정하자 해당 도서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적이 있었다. 당시 보도를 보면 하루에 대여섯 권이 팔리던 책이 어느 날 457권씩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출판사들에겐 훌륭한 노이즈 마케팅 꺼리가 되었던 셈이다.
2015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6~11일 동안 브라질 작가 바릍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매출이 동일 기간에 비해 6.3배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출판한 동녘출판사는 노이즈 마케팅 논란에 시달리게 되었다. 자사 페이스북에 직접적으로 "아이유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유감이다."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댓글엔 "아이유 이슈로 책 좀 팔아보려나 보네."라는 불편한 심기가 담긴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노이즈 마케팅이라 보긴 힘들다. 노이즈 마케팅은 고의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상품의 제품과 이미지가 타격받는 것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령 삼성과 애플은 맞소송 전략에서 서로의 제품을 표절이라 주장하며 관심을 키웠고, 통큰 치킨은 영세 상인의 상권을 빼앗는다는 주장을 방치하며 이슈를 키웠다.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충분한 이슈였음에도 딱히 변호하거나 부각하려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동녘은 직접적으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핀업걸처럼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를 담은 책이 아니라고 반론했다. 그리고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자 사과문을 올리는 등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슈를 스스로 정리하고 종식하려 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키우려 하는 노이즈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싸우게 만드는 노이즈 마케팅, 피해 보는 건 언제나 소비자
물론 동녘출판사가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은 점은 용인하기 힘들다.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 기분 나쁜 노이즈를 키우는 건 누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잔난명(孤掌難鳴)이란 사자성어가 있듯, 싸움은 절대 혼자 일어나지 않는다. 존중받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가진 생각을 용인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에 대한 명확한 법적 판단이 없을 땐 더욱 그렇다.
아이유가 의도적으로 아동 성상품화 이미지를 활용했는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의 배경과 경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꽃병 안에 든 하얀 물은 우리가 확인할 수 없기에 정액도 될 수 있고 우유도 될 수 있다. 해석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남의 해석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결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연예인의 음주운전이나 불법 도박, 폭행과는 다른 것이다.
또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얻는 건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란 점을 견지해야 한다. 노이즈로 인해 그 제품의 질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2014년에 개봉했던 영화 '디 인터뷰'는 김정은 암살극이란 자극적 주제를 차용해 흥행하는데 성공했지만, 속 내용은 할리우드식 B급 코미디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배급사는 돈을 벌었고, 고객들은 티켓값과 시간을 날렸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노이즈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만들지도 않는 게 좋다. 아이유가 어떤 노래를 부르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란 책의 품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은가? 논쟁하는데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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