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민중총궐기, '치안 선진국'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다

-
민중총궐기
민중총궐기
민중총궐기

한국 치안, 정말로 좋은가?

'경찰'과 '경제' 언듯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은 사실 경제 활성화의 큰 툭 중 하나다. '치안'이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치안은 사회적 비용과 국익손실을 방지해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사회간접자본이다. 치안 불안 곧 사회 불안이 되어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산력을 저하시켜 경제적, 사회적 병폐를 양산한다. 선진국일수록 치안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인수 경북지방경찰청 정보계장에 의하면, 이집트는 2010년만 해도 연간 관광객이 1,473만 명이나 되어 120억 달러의 관광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2011년 무라바크 정부가 붕괴되고 치안공백이 이어지며 관광객은 33%, 관광수익은 30%, 외국인 투자는 67%가 급감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시는 지난 2006년 재정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책으로 경찰 인력을 기존의 70% 수준으로 줄였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범죄 발생률 1위의 오명을 쓰게 되었으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범죄도시란 낙인은 디트로이트가 경제를 회복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최근엔 프랑스 파리 폭탄테러가 발생해 유럽이 경제를 회복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될 거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나라다. 삶의 질과 생활비, 부동산 등의 순위를 메기는 사이트인 NUMBEO는  2015년 세계 치안 순위 중간 결산(Crime Index for Country 2015 Mid Year)에서 한국을 '치안 1위' 국가로 뽑았다. 한국이 지난 60년 동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이 '안전'을 이유로 한국을 선택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으며, 이는 한국이 매년 140억 달러를 넘는 관광 수익을 얻는 동력이 되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 북한만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는 한국이 치안이 좋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15만 시위대와 경찰 2만 2,000명이 대치한 이 시위는 숱한 인적 ∙ 물적 손해를 남겼다. 70대가 가까운 농민 한 명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지기까지 했다. 재벌개혁이나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함의로 이루어졌다면 이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명분이 생겼겠지만, 군중은 경악했을 뿐 공감하지 않았다.

흔히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폭력적인 노동 시위 역시 해외 자본이 한국을 외면하고, 국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원인이다. 흔히 '춘투'라 불리는 정기적인 소요사태는 기업의 생산성을 저하하고 기업 운영 리스크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이번 궐기 시위 같은 대규모 행사의 경우 사회 혼란으로 인식돼 더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위 이집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힘들게 얻은 '치안 선진국' 효과도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