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일 나가노 금강사주지 무상 법현스님. 마츠시로대본영에서 희생된 조선인 위령제 지내

오경숙 기자

-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마츠시로대본영 지하도시 개발에 조선인 강제 부역
- 희생된 조선인 300여명 위한 합동추모제

- 부처님 오신 날 행사로 바쁘셨지요?

불기2567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를 하느라 바빴지요.
모든 존재에게 깨달음의 소식을 기쁘게 나누신 아기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드리며 목욕도 시켜드리고, 마음을 밝히듯 세상을 밝히는 등을 켰습니다. 지역마다, 사찰마다, 단체마다 축제를 가꾸느라 모두 애썼습니다.

나가노 금강사주지 무상 법현스님. 마츠시로대본영에서 희생된 조선인 위령제 지내

- 부처님이 오셨다가 가셨나요?

네. 오셨다가 가셨습니다. 아니 행사로는 가셨지만 우리들의 마음에 여전히 계시지요.
부처님도 바쁘고 덩달아 저도 바빴습니다.

- 부처님도 스님도 바쁘셨다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새롭기도 하고요.
재미있게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랑 가까운 부처님은 바쁘시지요. 대여섯 번은 지나가시거든요. 제가 교화 활동하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여서 그렇습니다.

일본 나가노 금강사(金剛寺)는 양력 4월 8일, 서울 연등회는 양력 5월 20일, 평택 보국사(輔國寺)는 양력 5월 21, 주한미군 캠프험프리스는 5월 25일에 사찰이 아닌 ‘채플홀’에 오셨습니다. 평택 보국사 ‘부처님 궐’에는 음력 4월 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열린선원 새절(新寺)에는 음력 4월 8일 오후에야 다녀가셨습니다.

천 강에 흐르는 물 따라 즈믄 달이 뜬다더니 그랬습니다. 아니, 늘 그런답니다
우리 부처님은 늘 그런다지만 이 양반 모시는 우리 불자님들이 참 대단하십니다!

나가노 금강사주지 무상 법현스님. 마츠시로대본영에서 희생된 조선인 위령제 지내

- 초파일 법회는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이번 음력 초파일은 비가 좀 와서 그나마 움직인 거리가 줄었다 할까? 오랜만에 새절에는 정치인들이 그득했습니다. 그들도 부처님의 자비를 받고 지혜를 개발해서 시민, 유권자들에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아기 부처님 목욕시켜드리고 나무석가모니불 염불정근을 하면서 곳곳을 등 들고 돌아다니며 부처님 오신 소식을 알렸습니다.
물론, 설법을 통해서 부처님의 수행과 사상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현실 속의 부처님 닮기 삶에 관해서 알려드리느라 노력했지요. 아! 그리고 요즘 절오빠, 절누나, 절밥, 절차(茶) 4박자가 인기라는 거 아시지요? 채식 비빔밥을 아주 맛나게 비벼 먹고 보이차 등 입맛 따라 차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일 나가노 금강사주지 무상 법현스님. 마츠시로대본영에서 희생된 조선인 위령제 지내

- 올해가 불기 2567년이라는데 그러면 부처님 연세가 2567세 인가요?

남방불교와 우리나라 불교의 불기가 한 해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는 부처님도 예수님도 언제 태어나셨는지 당시 주민등록 기록이 없으므로 알 수 없습니다. 뒷날 사람들이 정한 대로 알 따름이지요. 특이하게 불교는 돌아가신 때부터 불기(佛紀)를 기록합니다. 2567년 전에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그때 열반하신(돌아가신) 것입니다. 불교인들의 독특한 사유 구조 속에 깨달아서 부처로 산 기간을 기리는 것은 좋은데 부처가 아니었던 기간까지 그럴 것은 없다는 뜻에서 애매하게 섞여 있는 80년 생애를 불기에서 뺀 것입니다. 그래서 남방에서는 2566년인데 한국은 어머니 뱃속 시간도 나이에 넣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표현이지요?

일 나가노 금강사주지 무상 법현스님, 마츠시로대본영에서 희생된 조선인 위령제 지내

- 앞의 이야기에 부처님이 오신 절이 여러 개이니 모두 스님 절 인가요?

그럴까요? 저와 인연이 있는 사찰이라는 뜻입니다. 보국사(輔國寺)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100년 된 자그마한 전통 사찰입니다. 4년 전에 인연이 되어서 교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된 아미타불을 모신 사찰이고 첫 일요일 정기법회를 합니다. 이웃 스님들과 함께 미군부대 교화를 하는 사찰이기도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모신 전각은 ‘부처님 궐’이라 한글 편액을 붙이고 주련도 순 한글로 달았습니다.

서울 은평구 열린선원은 원래 60년 넘은 재래시장 일부를 세내어 꾸민 포교원입니다. 저잣거리 수행전법 도량이라는 별명을 들고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불교 기치를 걸어 불자들과 이웃 종교와 함께 소통하고 나누면서 살아가는 도량입니다.

-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한다고요?

네.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탄을 개발한 미국에 의해 패망하자, 죽거나 다치지 않은 세 집단을 간제로 동원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부역을 시킨 것이 ‘마츠시로대본영(松代大本營)’공사입니다. 천왕가와 군지휘부, 통신시설을 불 폭탄, 물 폭탄의 피해도 막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는 돌(岩盤)이 사방 수 킬로 이상 되는 구역을 나가노 마츠시로에서 찾아내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朝鮮人)까지 강제 동원해서 지하도시를 개발했는데 이때 동원된 이들은 수천 명이고, 희생된 것으로 확인된 숫자만 조선인이 300명 이상입니다.

그때 희생된 영가들을 위령 천도해 극락세계에 왕생토록 건립한 사찰이 나가노 아즈미노시 호다카(穗高有明)에 있는 한국사찰 금강사입니다. 대웅전에 석가모니불상과 아미타불을 함께 모셨고, 도량에 1천 관이나 되는 큰 종을 한국에서 조성해 모셨는데 ‘선화종(善化鐘)’이라는 이름과 당시 국회의원 불자들의 모임인 국회 정각 회장, 송지영 의원 이름으로 연기(緣起)를 양각한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으며 양력 7월 15일 백중과 8월 10일 마츠시로 조산(象山)추모비 앞에서 왕생 염불을 봉행합니다. 올해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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