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첫 단추로 기대를 모았던 노사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사 양측과 채권단은 한결같이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 시한이 20일로 못박힌 상태지만 노조측은 노(勞)-노(勞)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새 협상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사가 공멸을 자초할 수 있는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이르면 12∼13일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협상 방향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노 갈등 수면 위로…정상화 발목
지난해 임금협상과 집행부 탄핵 이후 수개월 간 잠복해있던 노노 갈등은 결국 노사합의안 부결 운동을 통해 표면화됐다.
대표적인 강경파로 알려진 '민노회' 소속 노조원 30여 명은 사측이 당초 지난 2일자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던 해고 대상자 193명 중 명예퇴직 신청자 2명을 뺀 191명에게 '10일 0시 해고'를 개별 통보하고, 도급화 대상자 1006명에 대해 1개월 뒤인 5월10일자로 해고를 통보하자, 노조 사무실로 몰려가 집행부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안전보건국장 정모씨(45) 등 노조 간부 4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10일에는 도급화 대상자로 분류된 생산직 근로자 김모씨(46)가 유기용제를 먹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강경파 노조원들은 '임금이 반토막나고, 1199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유예한다'는 조항은 "기만적인 노비문서에 다름아니다"며 ▲집행부 총사퇴 ▲비상대책위 구성 ▲정리해고 철회 및 채권 상환 유예기간 연장 ▲긴급 운영자금 1000억 원 지급 ▲박삼구 회장 일가 재산 환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도온건파인 현 집행부는 "해고 유보는 사실상 해고 철회"라며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냈음에도 부결되자 되레 부결 운동을 펼친 쪽이 노조 간부를 폭행하고 노조 사무실을 점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부결 운동은 다 같이 죽자는 것이며 법정관리는 국내 공장 폐쇄를 고민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집행부가 총사퇴하게 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파들은 10일 오후 노조 사무실 점거를 풀었고, 집행부는 재협상 준비로 분주한 상황이다.
노조가 내부 갈등을 접고 새 연대합의체를 구성할지, 상생의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지, 노노 간, 노사 간 극단적인 갈등으로 '제2 쌍용차 사태'가 초래될지 앞으로 1주일이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사측 "양보 없다"…채권단 "시간 없다"
사측은 "최종합의안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게 기본 방침. 그러나 잠정합의 당시와는 당초 유보하기로 한 '191명에 대한 해고'가 전격 단행됐고, 1006명에 대한 시한부 도급화도 현실화됐다.
액면 그대로 1197명의 희생을 담보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셈이다. 그만큼 협상의 여지가 높아졌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빌미로 임금과 상여금 삭감 또는 반납의 폭도 유연하게 됐다. "이제 와서 해고 철회는 넌센스"라는 입장인 만큼 재협상은 결국 해고의 폭을 좁히고, 임금 및 상여금 보존폭을 넓히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강경파와 즉시 해고자를 중심으로 장외 투쟁이 본격화될 조짐이고, 여기에 1006명의 도급화 인력과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민주노총까지 합세할 경우 대규모 시위가 불가피해 물리적 마찰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경영난 가중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사측이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시간이 없다"는 입장.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합의안이 부결된 당일 예정됐던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설명회'를 취소하는 등 워크아웃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20일 이전에 노조가 채권단에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하고, 사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기본 생각이다.
산업은행 사모펀드(PEF)의 대우건설 인수 조건이 금호그룹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다 보니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절차마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노노 간, 노사 간 첨예한 대립 속에 ▲노조 집행부 총사퇴 ▲1997명 정리해고 및 물리적 충돌 ▲경영진 재산 환수 및 채권단 자금지원 등 민감한 사안이 켜켜이 쌓여 있어, 국내 시장 40%를 점유하는 연매출 2조 원대 금호타이어호(號)가 어디로 흘러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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