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제약업계는 지금] 리베이트 문제에 쌍벌죄 도입 당연?

복제약 판매 과정서 리베이트 관행 생겨…

제약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리베이트 폭풍이 심상치 않다. 국립의료원 리베이트 사건에서부터 대전과 부산, 강원도 철원까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리베이트 수사에는 지금까지 십 수 군데의 제약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대전에서는 특정 의약품 처방 대가로 지난 4년 동안 17억 원을 주고받은 제약회사 직원과 의사, 공무원 등 120여 명이 입건됐다. 부산에서는 6개 제약사가 병원장 등에게 26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고, 강원도 철원에서는 공보의 등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8개 제약사가 경찰에 줄줄이 적발됐다.

지금까지 리베이트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제약회사는 매출액 상위업체인 D제약을 비롯해 H약품, J제약, I제약, J, L 업체가 포함됐다.
또 K제약을 비롯해 H제약, K제약, Y제약, P제약, H제약, K, C 업체 등이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앞으로 또 어디에서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리베이트 수사가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것은 식약청, 보건복지부, 공정위, 국세청 등 관련 기관 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까지 수사 주체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주체가 들쑥날쑥하다보니 어디에서 수사의 손길이 다가올지 모르는 제약업체들은 한껏 움츠러든 모습이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여론의 표적이 될까 해서이다. 이번에 수사 대상에 오른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과거의 모든 리베이트를 파헤친다면 빠져나갈 제약사가 어디 있겠냐”면서 “운 나쁘면 수사망에 걸리는 것이니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근절 방침에 따라 제약업계 관행이 전면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제약업계도 편해질 수 있다”며 “이번 과도기가 지나고 공공연한 거래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출 상위 제약사들의 고민…”이미지 손상되지 않을까”
국립의료원 리베이트 사건에서부터 부산과 철원에서도 모두 이름이 올랐다.
어차피 대다수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 관련 조사를 받았거나 해당 사항이 있긴 하지만 최근 이미지 광고에 공을 들이고 있는 D제약의 경우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조성될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H약품도 작년부터 타격을 입고 이목이 집중돼 있어서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역시 최근 수사에서도 대상에 올랐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리베이트 사건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매출 상위 제약사들은 앉아서 손해만 보는 입장”이라며 “중소업체들은 이 틈을 타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등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지금까지는 리베이트 관행에 의존해 영업해왔다면 앞으로는 신약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상위 제약사들이 앞장서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산발 리베이트 수사에 대해서 “최근 부산지검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수사 강도가 좀 약해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으며 “잠잠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들의 고민…”어차피 영업으로 승부해야”
중소 제약업체들도 나름대로의 고민을 갖고 있다. 상위 그룹은 인지도가 있으니까 판매가 수월하겠지만, 중소 업체들은 더 힘들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사실 영업 사원들은 적극적으로 의사들을 만나야 한다.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게 아니더라도 제품을 소개하고 설명해서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 제약업체 관계자는 “오리지널약을 갖고 있지 않은 많은 국내 제약사들은 영업 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의사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의사를 만나야 한다면 개인 비용을 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리베이트 관행이 제약업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오리지널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은 마케팅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제약사들은 복제약으로 만들어서 파는 건데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리베이트 관행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의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약만을 쓰게 된다면 의료의 식민지화를 불러 올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있다.
 
리베이트 근절 방침도 좋지만 체질개선의 여유가 없으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제약협회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사 자체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협회에서 따로 입장을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정도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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