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영란법, 그리스가 대한민국에 반면교사(反面敎師)될까?

방성식 기자
국회
국회
국회

지난 3일 오랜 진통끝에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공직자를 포함한 언론인?사립교원 등은 직무와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 그리스의 부정부패, 국가 파산을 부르다


부정부패와 관련해선 남유럽의 금융위기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의 머릿글자를 딴 Piigs 4개 국가는 모두 부패인식지수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14년에 발표 한 '부패지수(CPI)'에서 위 국가들은 평균 55.7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수치에서 40~60 점 구간은 '상당히 부패' 수준에 해당한다.

그리스에 광범위하게 퍼진 부패문화를 축약한 말로 '파켈라키(fakelaki)'와 '라우스페티(Rousfeti)'가 있다. 파켈라키는 '작은 봉투'란 뜻으로 뇌물을 말하는 속어다. 라우스페티는 대가를 말한다. 우리가 뇌물을 돌릴때 "봉투가 오간다"고 하는 것 처럼 그리스에서도 "파켈라키가 오갔다"란 표현을 쓴다.

그리스의 세무 공무원들 사이에선 '4-4-2 시스템' 이란 속어가 돌기도 했다. 개인이나 법인은 세금을 탈세하기 위해 납부해야 할 세금의 40%를 세무공무원에게 뇌물로 바친다. 그러면 세무공무원은 납세자에게 원래 금액의 20%만 세금을 내도록 뒤를 봐준다. 결국 납세자는 40%의 납부금을 아끼는 셈이고 국고는 텅텅 비게 된다. 4-4-2란 말은 그리스 부패의 방정식인 셈이다. 이 외에 특혜성 보조금이나 각종 허가증, 면허증의 발급, 의료시술에 있어서도 뇌물이 필요하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조차 "부정부패와 탈세가 그동안 공공부문이 살아온 방식"이라 실토했다. 이미 공공부문의 부정부패는 공공연연한 사실이다.

국민들의 광범위한 탈세 역시 그리스의 국고를 위협하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그리스인들이 거액의 돈을 해외로 뻬돌린 사건을 보도하기도 했다. 연소득을 2만5000유로로 신고해 소득세를 면제받은 사람이 해외에 5200만 유로를 송금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그리스의 언론사 엘레프테로티피아는 수년간의 취재에서 그리스에서 부유층과 중산층, 저소득층 등 계층을 막론한 대규모의 탈세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도했다. 또한 "당시 국가 재무담당관들은 제도를 통해 탈세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며 그리스 사회가 탈세문제를 극복할 의지가 없음에 우려를 표했다. 결국 그리스는 2012년 국가부도와 다를 것 없는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을 했다.

 

◎ 그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한민국

재판받는 노태우, 전두한 전 대통령
재판받는 노태우, 전두한 전 대통령

얼마 전 유명 연예인들의 탈세의혹이 잇따라 보도되었다. 2011년엔 강호동이 종합소득세 관련 탈세혐의로 수억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고, 지난해엔 배우 송혜교가 소득액 54억원에 대해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었다. 배우 장근석도 20억대의 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거액의 소득세를 탈세한 사실은 이후 연말정산 파동과 국고세수 확충 문제와 이어져, 탈세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탈세로 인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314조원을 넘어섰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중 자영업의 지하경제 규모가 139조, 자영업 탈세가 38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역시 광범위한 탈세가 관습화된 것이다. 2009년 이후론 소득탈루율도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사회지도층에 의한 부정부패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업 총수의 분식회계, 사기대출, 회령 및 국외재산도피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엔 추징금으로 부과된 2205억 원이 국민화합 차원에서 특별사면되기도 했다. 조세피난처 반대운동 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는 1970년도 부터 조세 피난한 자산이 800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의 뇌물수수도 빈번하다. 2013년 경찰청이 부정부패 단속으로 검거한 209명의 공무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사급인 6급 공무원이었다. 지난 2월엔 군에서도 방탄복 납품 비리가 적발됐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도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앞서말했던 부패지수에서 한국은 55 포인트를 기록해 남유럽과 부패 수준에서 별 다름 없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 김영란법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


한국투명성기구는 '김영란법 통과를 환영하며'란 성명을 발표했다. 공직사회를 비록한 사회전반의 청렴성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란 입장이다. 김영란법은 아직 수정해야 할 세부조항이 많으며, 실효성을 발휘와 사문화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외압방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김영란법 지킴이'로 나설때 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확보할 수 있을거란 입장이다.

또한 성명의 내용에선 세월호 참사를 부정부패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라고 강조하며, 부정부패로 인한 국가의 비효율성과 국민의 윤리수준 저하 우려를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 그리스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에 사실상 그리스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반면교사로 삼는 태도는 필요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영란 법의 시행 여부"가 아닌 "김영란 법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했다. 그만큼 부정부패의 척결은 대한민국이 빠르게 달성해야 할 목표다. 김영란법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뽑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