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음식물 죄다 흘리는 '직각 식사'가 전통이라 하는 허탈한 군대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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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한동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단 공군사관학교의 '직각식사'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지금은 공군 측에서 해당 영상을 막아놔서 시청을 할 수 없지만, 범상치 않은 식사 장면이라는 것은 몇 장의 이미지만으로도 알 수 있다.

예비 생도들은 5주간의 훈련 동안 식사 시에 식기가 만드는 궤적을 직각으로 유지해야 한다. 식사를 할 땐 국, 밥, 반찬을 퍼올린 수저를 앞으로 쭉 뻗은 뒤 눈높이까지 올려서 다시 직각으로 입안에 넣는다. 저 생도들이 턱받침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을 죄다 주변에 흘리기 때문이다. 군의 기간(基幹)인 장교가 되기 위해 선발된 생도에게 강요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는 게 이 영상을 시청한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적폐(積弊)란 단어가 있다.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란 뜻인 한자어다. 그동안 '악폐습'에 밀려 그리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니었지만, 최근엔 악폐습이란 단어마저 식상해져서인지 좀 더 단호한 느낌을 주는 '적폐'를 사용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고 있다. 그리고 이 단어로 비판을 받는 주 대상은 '군(軍)'이다.

'악폐습'이란 단어 까지만 해도 군 내의 자기반성적인 의미가 더 컸다. 군 내부에서도 한동안 '악폐습을 처단하자'며 자정을 하기 위한 부단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실제로 오래전에 군 생활을 마친 사람들이 보기에 군대는 '많이 살만해진 곳'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군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군대는 여전히 후진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다.

그래서 이젠 '적폐'라는 단어가 외부에서 군을 비난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군은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며 뿌듯해하지만, 사회에서 평가하는 군대의 수준과는 여전히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군의 사건사고가 그 증거다.

작년엔 윤 일병과 임 병장 사건이 연달아 터져 후진적인 병영문화와 안일한 부대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더니, 올해는 연초부터 간부들의 성 추문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급기야는 군 장성 출신 예비역들의 500억대 납품비리가 적발되었고, 방산업체들도 줄줄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정도면 군은 병과 간부, 현역과 예비역을 가리지 않고 함께 침몰하는 배처럼 느껴진다. 국민을 수호하는 호국장병들의 집단인데도 어쩐 일인지 국민들에게 군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존재로 비취지고 있는 것이다.

군에선 전형적인 '닫힌 사회'의 모습이 나타난다. 닫힌 사회란 구성원을 구속하는 배타적 규율로 유지가 되며,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거부하는 (혹은 외부의 간섭이 불가능한) 사회를 통칭하는 말이다. 보통 지리적 여건으로 고립된 지역, 외부의 개입에 저항해 내부 결속력이 강한 집단에서 나타나지만 국가에서 강압적인 위계질서를 용인한 경우에도 이 현상이 나타난다. 군대, 교도소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선 내부의 불합리한 상황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와 유리된 환경에 있다 보니 규정에 의해 권위가 통제되지 않고, 권력이 만들어낸 인습에 의해 조직이 움직이게 된다. 인습을 통한 문제의 해결은 대개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내부고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물론 우리 군은 제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두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속 장병이 고민을 헌병, 감찰, 기무, 혹은 민간 상담소에 털어놓는 것을 반기는 지휘관은 없다. "부대의 일은 부대 안에서 해결해야지 크게 만들면 안 된다"라는 게 군 간부들의 생각이다. 아예 장병들이 외부 해결기관과 소통하는 것을 막는 지휘관도 있고, 상급부대에서 "군기강이 해이해지니 상관의 잘못에 대한 고발은 자제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한다. 고발하면 고발자만 배신자가 되니 제도만 있을 뿐 닫힌 사회와 전혀 다를게 없다.

이러한 조직구조가 무서운 점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밖에서 보기엔 명확히 잘못된 방법인데도 내부의 제지와 비판이 없으니 토론과 합의가 아닌, 지휘하는 자의 영감에만 의존해 조직이 나가게 된다. 위 공군 사관학교의 직각 식사 논란이 커지자 공군사관학교에서 내놓은 해명글이 군의 수준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직각 식사 논란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직각 식사는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훈련 중 실시하는 특별훈련 프로그램입니다. 장차 대한민국 영공수호의 주역이 될 예비생도들이 단기간에 불굴과 극기의 정신, 절도 있는 행동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모든 장교들이 직각 식사 훈련을 거쳐왔습니다. 이 영상은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훈련의 외면만을 희화화한 측면이 있어서 이를 시청한 많은 분들이 오해와 우려의 마음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이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공군 측의 해명 -

 

공군사관학교가 해명을 하려면 적어도 불굴과 극기의 정신과 직각 식사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거나, 직각 식사란 교육 방법을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이유를 들었어야 했다. 이젠 그저 전통이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론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 해왔던 대로 했기에 지금도 전통으로 따른다는 주장은 군이 얼마나 안일한 집단인지 다시금 깨닫게 할 뿐이다. 이제 군은 자신의 행위가 전통인지, 악폐습인지, 적폐인지 다시금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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