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배우 김부선, 그녀는 왜 부정 부패와 맞서 싸우는가?... 열사 칭호 얻기 위함이 아닌, 소수자 권리를 위한 충실한 삶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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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서 페이스북 캡춰 사진
김부서 페이스북 캡춰 사진
김부서 페이스북 캡춰 사진

배우 김부선은 2011년부터 시작된 지난 3년여간의 싸움 끝에 '열사'란 호칭을 얻었다.

남들과 다른 면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를 숨긴다. 다름이 차별로 돌아오는 현실을 직면하고 견디는 것 보단, 불합리함을 받아들이고 평범한 듯 살아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김부선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듯 하다. 그녀는 그 덕에 민주 사회에서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정당한 권리를 추구 하느라, 많은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에로 배우', '대마초 흡연자', '미혼모', '폭행녀', '반동분자' 등 그녀에 대한 원색적 비하는 정당하게 권리를 추구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몰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지 않았다.

 지난 30일, 김 씨는 아파트 난방비 관리실태 1차 조사가 끝났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녀가 첨부한 '옥수하이츠 아파트 관리실태조사' 보고서 사진엔 공사∙용역 분야를 비롯, 승강기 유지관리 소홀과 구선 유지 집행 부정절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문제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수사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의혹투성이었던 거다.

 

김부선 페이스북 캡춰 사진
김부선 페이스북 캡춰 사진

 

김 씨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면서 도움을 준 지인들과 성금을 모아준 지지자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처음 난방비 비리를 추적할 때만 해도 홀라 부정부패에 맞서야 했지만, 어느새 그녀를 돕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그녀는 아파트 난방비 사건 이전에도 다양한 사회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선이 효순이 사건', '한미 FTA 반대' 등 한미 관계의 부당한 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장자연 자살 사건 등 인권과 관련된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그녀의 행보를 거북스러워하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80년대 히트가수였던 방미는 자신의 블로그에 "김부선이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다. 억울한 일, 설치고 싶은 일을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며 김 씨를 저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5월엔 JTBC 예능 프로 '엄마가 보고 있다'에서 부당하게 하차당했다며 SNS에 제작진과 동료 출연자에 대한 비방성 글을 올렸다가 대중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배우란 직업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이미지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김 씨의 언행은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많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녀는 목소리를 내는데 거리끼지 않는 걸까? 소수자, 사회적 약자로서 살아온 그녀의 굴곡진 삶을 생각하면 "조용히 있으라."라고 쉽게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1. 4.3 사건 피해자

김 씨는 2013년 한 방송에서 "어머니는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였다. 첫 남편과 자식들은 그때 다 죽었고 이후 재혼해 우리 남매를 낳았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미혼모가 되어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가 직접 고백한 것이라 한다. 그녀의 삶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와 맞닿아 있었던 거다.

4.3 사건으로 난민이 된 당시 제주 도민들은 일부는 내륙으로, 일부는 일본으로 밀항해 아무런 기반 없이 정착하는 힘든 시기를 겪었다. 대다수가 생활고에 시달렸고, '빨갱이'논란에 시달리며 현지 주민들로부터 백안시당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힘든 시기를 겪었고, 한 번 가족을 잃은 후  더 악착같이 김 씨 남매를 위해 살았다고 한다.

2. 에로 배우

김 씨는 에로영화 '애마부인'시리즈에 얼굴을 비추며 큰 인기를 얻었다. 80년대 초반 5 공화국은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한 3S 정책의 일환으로 에로 영화 양산을 추진했고, 애마부인은 그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성적 불만에 가득 찬 유부녀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천편일률적 영화 트렌드에서 작품성은 기대하기 힘들었고, 한 때 인기몰이를 경험한 김 씨 역시 시간이 지나며 '싸구려 에로 배우'란 주홍글씨에 평가 절하당했다.

김 씨가 사회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욕 중 하나가 '에로 배우 주제에'라는 비방이었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식으로 대중에게 기억되는 것이 몸이 잘려 나가는 듯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3. 미혼모

현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딸 이미소 양은 김씨와 당시 유명 극장주 아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김 씨와 미소양에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김 씨는 미혼모가 됐다. 사회적으로 미혼모가 떳떳이 고개 들고 살기 힘든 시기였고, 그녀도 갖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4. 마약 사범

김 씨는 필로폰과 대마초 등 마약 복용으로 세 차례 적발됐다. 그녀는 "쾌락을 향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있다."라며 대마초 흡연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마초 금지를 반대하는 헌법소원까지 낸 적 있다. 국가가 대마초 사용에 대한 의학적 논의를 한 적도 없으면서 마약이라 규정하고 단속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은 "대마초 해서 얼굴 찌든 사람과 마주치기 싫다. 자식 교육에 방해된다."라며 그녀와 말을 섞는 것조차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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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이처럼 몇 가지 소수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툭하면 '전형적 악인'으로, 혹은 '열사'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본인은 "나의 권리를 찾으려 했을 뿐."이라며 매도당하는 것도, 숭배 받는 것도 꺼려한다.

 많은 경우 소수자는 피해자인 동시에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약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김 씨 역시 그녀가 4.3 사건 피해자의 딸로 태어나고 에로 배우로 활동하고, 미혼모로 딸을 낳은 건 누군가에게 위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었지만, 마치 잘못한 일인 것처럼 비방을 받았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녀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걸 이기심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소수자란 이유로 침묵하는 현실을 묵인한다면, 그 사람이 불가피하게 소수자가 되었을 때 그를 구제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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