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7,200원짜리 합격사과는 수험생의 노력을 대변할 수 없다

-

사과 한 알에 7,200원 말이 되나?

수능 하루 전, 대학 합격을 간절히 바라는 수험생들과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다.

이런 절박한 마음을 이용한 '수능 마케팅'도 한창이다. 이미 유통업체에선 초콜릿과 엿, 사탕, 빼빼로 등 온갖 간식을 선물 세트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당을 보충해 머리를 활성화하고 엿처럼 철썩 붙으라는 의미일 거다.

그런데 개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합격 사과'다. 한 알에 7,200원. 보통 30~40개 들이 사과 10Kg 한 박스가 만 원 정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8~10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합격사과는 본래 아오모리의 '사과 마케팅' 사례에서 유래된 것이다. 큰 태풍이 찾아온 탓에 사과가 몽땅 떨어져 큰 피해를 입게 된 한 농부가, 세찬 바람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붙어 있던 사과 몇 개에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10배나 비싼 가격에 팔았던 것이다. 덕분에 농부들은 태풍으로 농사를 망쳤음에도 불구하고 평년대비 3배나 많은 소득을 올렸다.

이 스토리는 많은 경영 서적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마케팅으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합격 사과는 거센 풍랑은커녕, 혹시나 벌레 먹거나 생채기가 생길까 봐 종이 봉투로 싸고 금지옥엽 기른 '온실 안의 화초'같은 제품에 불과하다. 티 하나 없이 예쁘게 자란 사과는 조심스럽게 포장돼 별다른 경쟁도 없이 백화점 가판대에 바로 올라간다. 이름만 '합격'인 이 사과가 수험생들이 시련을 겪으며 쏟아부은 노력을 대변할 수 있을까?

'마음을 움직이는'것이 아닌 아오모리 사과의 '카피캣'에 불과한 한철 장사 마케팅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우리 아이들이 고픈 잠을 참고, 하고 싶은 일을 참아가며 보낸 지낸 지난 수년간의 시간이, '수능 합격 기원'이란 마음 없는 멘트에 팔리는 싸구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합격을 바라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수능 선물을 구입하게 된다. 어쨌든 대학에 합격하는 게 중요하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