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민중총궐기? 분노와 폭력에 휘둘리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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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 모이는 시위에 서울 도심은 긴장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14일 서울 도심 집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경찰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주말인 14일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참가 인원을 경찰은 8만여 명, 주최 측은 최대 15만 명까지 잡고 있지만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는 데는 양측의 이견이 없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참가자들의 버스만 1천 400여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불법행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고, 집회 주최 측도 "정부가 평화 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매도하고 있다"고 맞섰다.

경찰은 집회 당일 전국에서 동원 가능한 경찰력을 최대한 모아 250여개 부대, 2만명 이상의 인원을 집회 관리에 투입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집결하는 광화문 일대는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설치하고, 이에 따른 시민 불편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완장을 찬 안내요원들을 현장 곳곳에 배치해 통행로 안내를 맡긴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정부에 11대 요구안을 제출했다. 이 중 가장 큰 이슈는 '일자리와 노동', '재벌책임 강화'등 경제와 민생 문제였다. 본부는 일자리 관련해선 일반해고와 비정규직 등 고용불안정성 문제를 지적했고, 노동 부문에서 노동기본권 미준수와 지나친 저임금 문제를 제기했다. 재벌 책임 강화와 관련해선 사내유보금과 기업의 '부' 독식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을 문제로 삼았다.

투쟁본부가 지적한 한국 경제의 병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고용 불안정성과 관련해선, 정부가 올해 안에 일반해고 지군 마련과 취업규칙 변경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봉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반해고란 저성과자를 기업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로, 정부는 기존의 모호했던 기준을 법과 판례에 기반해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사내 규정을 명시한 문서로, 본래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정년 연장에 따라 근무 기간이 늘어나며 임금피크제 적용이 취업규칙을 변경시킨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노동계가 이 두 사안이 모두 기업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근로기준법을 미준수 사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편법을 통한 최저임금과 유급휴일, 연장근로수당 미준수, '갑질'로 표현되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서비스 요구는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벌' 문제는 고착화된 한국 경제의 비정상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자 정신의 상실로 더 이상의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시장 선점으로 중소 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점,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무수익 하청을 강요해 하청 기업 간 출혈경쟁을 유발시키는 점,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오너에 의한 전근대적 기업 경영 행태를 지속하고 있는 점, 금산분리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 오너 일가가 비리와 횡령, 배임 등 갖은 범죄를 저지르고, 마땅한 법적 책임까지 회피한다는 점. 한국 경제가 궁지에 몰려있음에도 불구하고 500조 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끌어안고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점 등. 그리고 여기에 재벌 2~3세들의 부도덕적 스캔들까지 더해지자 국민의 반기업 정서는 더욱 커졌다.

분노와 폭력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사회혼란만 부를 뿐

'경제부문에 한정한다면' 투쟁본부의 위기의식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이 기득권에 대한 '분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근혜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드러낼 10만 민중총궐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 왔다"면서 "11월 14일은 분노의 날이다. 박근혜 정권을 향한 전체 민중의 분노가 서울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밝혔다.

자신의 의견을 광장에 나와서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08년 미국 쇠고기 파동 이후 있었던 수많은 시위는 소통과 합의란 성과를 얻기 보단 오히려 사회 혼란을 불러왔다. 언제나 주체를 알 수 없는 폭력으로 막을 내리는 탓에 정작 중요했던 사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부디 분노에 휘둘리지 않는, 평화로운 시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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