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지프=군대 차'로 많은 이들에게 인식 돼 있을 것이다. 기자에게 지프는 자동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흔해빠진 여러 자동차 중의 하나가 아닌,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것 말이다.
지프(Jeep)의 역사는 1940년대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차 '윌리스 MB'가 모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으로 양산된 모델이다. 정찰용 차량으로 나왔다. 윌리스 MA가 처음 생산된건 1941년이었다. 2차대전 당시 4WD 구동력을 인정받았다. 전쟁 이후 AMC로 바뀌었고, 1987년에 현재의 FCA에 합병됐다. '랭글러'라는 이름의 차가 처음나온건 1987년이었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까지 모델 변화는 세번뿐이 없었다.
시승 차는 지프의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였다. 랭글러는 세계 최초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다. 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에드먼즈 인사이드 라인의 독자들이 뽑은 '가장 소유하고 싶은 차', 미국의 자동차 전문잡지 Four Wheeler Magazine 선정 '지난 10년 간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4x4 차량'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자동차 부품 박람회인 2011 SEMA 쇼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사륜구동 SUV 차량'에 선정되기도 했다.
랭글러를 처음 봤을 땐 거대함에 놀랐다. 당찬 몸집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차체 크기와 실제 차의 형태가 달라 앞·뒷바퀴의 위치를 가늠하기가 다른 차보다 상대적으로 힘들어 '감'을 잡는게 초반 시승에서 어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상대적으로 더 튀어나와 주행감을 익히는게 쉽지 않았다.
랭글러는 지상고가 높다. 때문에 시야확보가 잘 이뤄졌다. 그러나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가 왠지 모르게 어정쩡한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밟고 싶지만, 살짝 발을 틀어야 가능했다.
랭글러는 지붕을 뜯어낼 수 있다. 차체 지붕을 올려다보면 개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조립 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전통 고스란히 간직한 차..'랭글러'다운 디자인
랭글러의 외관에서는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이 느껴졌다. 동승석 앞 글로브박스 위에 달린 손잡이 부근에는 'SINCE 1941'이라고 적어놨다. 사각 모양의 차체 모습이 이 차량이 '지프'라는 것을 말해준다. 공기저항계수를 고려하지 않은 투박한 모습이다.
전통을 가장 느낄 수 있는 부분이 7슬롯 그릴이다. 특유의 디자인이다. 또 직사각형의 바디와 원형 헤드 램프를 고수하고 있다. 지프의 전통을 알 수 있는 이 형태가 백 미러의 윗 부분에 형상화되어 있었다. 앞 유리의 와이퍼가 설치되어 있는 부근에도 7개의 수직바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으로 된 것이 보였다. 디자인을 살펴보다가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되니, "전통이라는 게 이런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외관에서부터 바로 "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 가운데서는 이런 차가 필요하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지프에 대한 인상,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이 차는 거의 다 수동일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부에 올라보면 있을건 다 있다. 전통은 지켜가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 가고 있진 않다. 아날로그적이지만 최신의 것을 놓치진 않는다. 눈에 띄는 이 '옛날'의 것들이 지프 차량에서는 그저 매력으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내부를 보면, 스피커는 1열에서는 대시보드 좌측과 우측에 있는 작은 스피커가 보이고, 운전석 좌측 하단에도 스피커가 있으며 2열에서는 천장에 스피커 장치가 장착 돼 있고, 또한 트렁크 쪽을 보면 우측에서도 스피커 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 스피커를 통해서도 지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안전벨트의 위치를 위와 아래로 움직여 위치조절을 할 수 있는 곳은 뭔가 '군대'의 그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손잡이에서도 역시 군용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트 위치 조절장치 역시 수동식으로 되어 있었다. 시트의 상단 부근에는 'RUBICON'이라고 표시 돼 있다. 스트어링 휠 조절은 너무 힘겨웠다. 주행 중에는 잘 돌아갔지만, 정차 상태에서 스트어링 휠을 돌리려면 많은 힘을 쏟아야 했다.
계기반 중앙 부근에는 큰 원 두개가 있는데, 그 왼편에는 스피도미터가, 오른편에는 타코미터가 자리하고 있다. 스피도미터는 마일과 킬로미터 표시가 함께 나와 있었고 왼편 큰 원 안에는 설정 창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오른편 큰 원 안에서는 기어 상태와 주행거리를 볼수 있었다. 또 맨 왼편 끝에는 작은 원형에 주유량 표시 장치가 있었고, 맨 오른편 끝의 작은 원형 디자인에는 수온계가 보인다.
루프 부근에 달려있는 손잡이는 오프로드 차량인 랭글러다운 디자인을 갖춰 놓고 있었다. 또한 센터페시아 하단 부근과 앞과 뒷문 부근에는 그물망 형식으로 되어 있는 수납함이 있는데, 이 역시 지프다웠다.
엔진룸을 열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스위치를 눌러 여는 방식이 아닌, 밖에 나가 락이 걸려있는 장치를 열어내고 난 후에야 엔진룸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주유구는 여닫는 문 없이 그냥 그대로 안에 있는 뚜껑이 노출 돼 있었다. 트렁크는 윗 창문과 아래 문을 별도로 여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차체 앞 부분에는 견인 로프가 설치 돼 있다. 리모컨으로 줄을 풀어낼 수 있다. 차체 하단에서는 서스펜션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프로드를 위한 차..5단 자동변속기·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 조합
지프를 말할 때 오프로드를 빼놓을 순 없다. 정체성이 거친 곳들을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험난한 곳들을 타고 다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지프'니까 말이다. 얼음길 뿐만 아니라 4개의 바퀴 가운데 한개의 바뀌가 지면에 닿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랭글러는 그런 노면을 헤치고 나간다. 이것이 '랭글러'다.
때문에 기어노브 왼편에는 2륜과 저속 4륜 구동, 고속 4륜 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기어 레버 하나가 더 있다. 처음에는 "저게 뭔가"라고 생각했었다. 도심형 SUV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 랭글러에는 가득차 있다.
주요제원을 보면 배기량 2.8리터 디젤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 파트타임 사륜구동(네바퀴굴림) 방식이 조합됐다. 3600rpm에서 최고출력 200마력을 발산한다. 최대토크는 1600rpm일때 46.9㎏·m이다. 최신 디젤 엔진 기준으로 출력은 높은 편이 아니고, 회전영역대도 좁다.
주행 시 실내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꽤 큰 편이었다. 그러나 이건 '지프'이기에 용서가 됐다.
휠과 타이어를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면 아쉽다. 휠 사이즈는 17인치로 차량의 크기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오프로드용인 타이어의 크기가 크고 압도적인게 있어 바퀴로 부터 전해지는 강인함과 듬직함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타이어 홈은 바닥에 돌로 장식한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어 놓은 형태 같았다. 이 타이어의 도움으로 높은 무게 중심의 한계를 이겨내고 코너링을 잘 할 수 있게 한다.
주행을 위한 장치를 보면, 트랙 록 안티 스핀 리어 디퍼런셜이라는게 있다. 뒷바퀴의 미끄러짐을 막는 장치다.
운전석 좌측 하단에는 '스웨이바'와 '액슬록' 버튼이 있는데, 스웨이바는 지면이 일정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기능이다. 액슬록은 4개의 각 바퀴마다 구동력을 일정하게 나눠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으로 당연히 오프로드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랭글러를 제대로 타 보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일반 SUV 차량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운전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다. 예를들어, 기어를 2륜으로 두고 달리며 주행할 때는 전혀 문제될게 없겠지만, 제대로 운전해보기 위해 4륜으로 전환해보는 운전 방식을 택하게 된다면, 기어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 주행 중 4륜으로 기어를 전환해보고자 기어를 움직이다가 차가 갑자기 멈칫거리며 탄 내음을 내는 불상사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기자가 겪었던 실수다.
랭글러는 승용차나 최신 SUV를 몰듯 그냥 가볍게 운전해볼 수 있는 차량은 분명 아니다. '오프로드 주행 전문가'가 따로 있으니 말이다. 랭글러를 몰기 위해선 알아야 할 것들과 조작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귀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프'라는 차량이 갖고 있는 매력일 것이다.
랭글러의 도심 주행 실연비는 13.9ℓ/100㎞였다. 한국 기준으로 전환하면 7.2㎞/ℓ이다. 여건이 안되어 도심 주행 위주로 주행한 결과, 12.3mi/g, 한국식으로는 5.2㎞/ℓ를 기록했다. 디젤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낮은 수치였지만, 이 또한 "지프니까"란 생각으로서 정리했다.
크게 아쉬웠던건 두가지였다. 지붕을 뜯어볼 수 없었던 거였다. 열어볼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장비가 있어야 했고 인력도 필요했다. 이런 것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도강 혹은 산길을 달려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추후에는 이 두가지를 꼭 해보리라"라고 다짐하며 시승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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