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지였던 땅이 집 못 짓는 '하천' 둔갑"…대청호 주민들 분통

대전국토관리청, 옥천지역 상당수 토지 일방적 '하천구역' 변경
"재산권 제한 횡포 절대 수용 못 해" 피해 주민들 집단 반발

대청호와 인접한 충북 옥천군 안남면 지수리에 사는 천모(58)씨는 최근 농기계 창고를 짓기 위해 군청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지목이 '대지'인 집 앞 공터가 하천구역이어서 건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착오이려니 하고 국토이용계획을 들춰본 그는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경악했다. 1천여평이나 되는 땅이 작년 10월 자신도 모르는 새 하천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다급한 마음에 지정기관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옥천군을 10여일째 찾아다니고 있지만, 어디서도 납득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천씨는 "멀쩡한 남의 땅을 하천구역으로 묶어 재산권을 빼앗은 당국이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황당한 상황은 비단 천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청호 유역인 옥천군 안남·동이·청성면 일대 상당수 토지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의해 하천구역으로 묶였다.

하천구역은 말 그대로 물을 가두거나 흘려보내는 용도여서 어떠한 개발행위도 할 수 없다. 자기 땅이라도 쓸모없게 되는 셈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청호 유역(대청댐∼옥천군 동이면 금강유원지)에 대한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08년 바뀐 지침이 댐구역까지 하천기본기획을 확대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1980년 건설된 대청댐은 (해발고도) 80m로 설계됐다. 그러나 담수구역을 수평 개념으로 설정해 상류로 갈수록 바닥이 높아지는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과거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 상류 쪽 호수 주변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되풀이 됐다. 전문가들은 물을 가두는 댐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수량이 유입될 때 갑자기 수위가 상승하는 '백워터'(back water) 현상 등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감안한 옥천 쪽 EL는 91.6m로 높아진다. 다시 말해 댐이 있는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에 비해 옥천 쪽의 하천 바닥이 11.6m 높아 그만큼 넓은 저수구역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전지방국토청은 이를 감안해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 과정에서 200만㎡ 가까운 면적이 새로 하천구역에 포함됐다.

그러나 문제는 토지주 등이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대전국토관리청은 그동안 3차례 주민설명회를 열고, 작년 8월 옥천군에 지형도면을 보내 주민공람도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제방을 높인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하천구역 편입 계획 등은 전혀 얘기된 바 없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옥천군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옥천군 관계자는 "설명회에서는 14개 지구에 대한 개수(改修)계획 등이 설명됐고, 공람용으로 받은 공문에도 하천구역 편입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두 기관이 다투는 사이 화가 난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옥천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권리찾기에 나섰다.

국회에도 민원을 내 이달 11일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 주최로 양 기관과 주민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청호 유역 하천기본계획 위치도 [옥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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