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오늘은 아돌프 아이히만이 처형된 날이다.
아이히만은 유능했다. 그는 자신을 국법과 체제에 따른 시민이자 선량한 공무원으로 포장하며, 유대인 탄압에서 직접 손에 피 묻힌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 대답했고, 자신은 그저 보고서를 만들고 서명을 했을 뿐이라며, 전범 혐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상관이던 하임리히 힘러는 "만약 우리에게 50명의 아이히만이 있다면 전쟁에서 이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유능한 나치 친위대 대원이었고, 유대인 학살에 공을 세운 전적이 있었다. 그는 결국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정치 철학자 한나 렌트는 아이히만의 사례를 들며 '관료적 마인드'의 위험성을 비판했다. 관료가 증오와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더라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그녀는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란 저서에서 아이히만의 변론을 "타인에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이, 말하기의 무능을 낳았다."라고 지적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기 위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유능한 공무원들, 무능한 공직 사회
이렇듯 정부 입장은 국민이 바라는 정부의 모습과 다른 경우가 많다. 공무원 개개인은 유능하다.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한 첫걸음인 행정 고시엔 전국 엘리트들이 모여들며, 일부 부처에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전문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일선 공무원인 7~10급 공무원에도 명문 대학 출신 비중이 꽤 된다. 이들 대부분은 공무에도 성실하게 임한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를 보는 시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니, 실망감은 점차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메르스 사태 초동조치 경과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정부는 메르스가 치명적인 질병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환자를 방치해, 감염자가 순식간에 1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원인을 제공했다.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사와 격리를 요청하는 환자를 체온이 38도가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가조치했고, 나중엔 격리 대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보균자의 중국 방문을 허용했다. 메르스 대응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SNS유언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격리대상은 682명에 이른다. 초기대응을 제대로 했으면 몇 십명으로 줄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초동조치에 실패해 4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건을 상기해보면 우리 공직사회가 큰 실패로 한 번으로도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
? 중국이 사스로 입은 손실 37조 원....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중국은 2000년대 초반 사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목표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지 못했고, 은행권 부실화, 재정적자 증가, 실업률 상승,민간경제 위축, 소득격차 확대 등 사회문제가 연달았다. 베이징 대학은 사스가 중국 경제에 미친 손실을 약 37조 원으로 추산했다.
한국은 발병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피해를 입엇었다. 특히 질병 전파 우려가 있는 국내 항공 및 여행, 호텔업계, 무역업계, 화학업계, 해운업계 등의 피해가 심했는데, 항공업계는 800억 원대 자산 손실을 입었으며, 호텔업과 여행업계는 예약율이 전년 대비 70%나 줄었다. 무역, 화학, 해운 업계도 30% 정도 매출 감소를 겪었다. 국내에 메르스가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훨씬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공직자는 한 명도 없다.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다. 이들에게서 아이히만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면 너무한 것일까?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국민을 생각하는 공무원이 된다면 그들의 유능한 자질이 무능함으로 치부되지 않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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